brunch

I travel, therefore I am.

띄엄띄엄 발자국을 남기며 가는 길

역사는 사실들의 기록일 것 같지만 모든 사실들이 역사가 되지는 않는다. 수많은 사실들 중에서도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일부만 역사학자에 의해 채택되어 역사의 일부가 된다. 결국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사실이냐 아니냐보다 역사학자가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선택하느냐 마느냐에 달려있다. 또한 그 역사를 읽는 자가 어떤 관점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질 수 있다. 군에 입대할 때 썩지 않으려고 유일하게 들고 들어갔던 E.H.Carr의 "What is History?"를 완독하며 얻은 결론인데 곰삭일수록 진리이다.

여행작가들, 여행블로거들, 여행유튜버들은 도대체 얼마나 유능하고 집중력이 대단한 사람들일까? 참으로 경이롭고 경외스러운 자들이 너무나 많다. 이도 저도 아닌 나는 우리나라에서 그 누구보다 많은 여행기회를 누리며 살면서도 구슬 하나 꿰기도 힘든데 어떻게 책을 쓰고 연재를 하고 컨텐츠들을 끊임없이 생산해낼 수 있단 말인가! 내가 더욱 작아지는 오늘 나는 하릴없이 사진 몇장이나 겨우 올리며 그냥 새로운 플랫폼 하나를 사용해볼 뿐이다. 재미 디럽게 없고 이러다 또 에고 의미없다 하며 페북 덮든 덮으면 그만이겠지.


오슬로를 떠나기 전에 아케수스 요새에 올라갔다. 일정표에는 그냥 아케수스 성 조망이라고 되어있지만 이렇게 화창하게 좋은 날 오슬로에서 제일 전망 좋은 요새 위에 올라가서 멋진 파노라마를 고객들에게 선사하고 싶었기에 보너스 일정을 또 진행한 것이다. 요새 위에 우뚝 선 나무 한 그루가 나와 비슷한 또래인듯 싶다.


오슬로 국립극장에서는 입센의 페르귄트가 상연중이다. 입센의 대작 페르귄트는 그리그의 음악을 통해 알게 된 이야기들로 내용을 대충 알고있을 뿐 원전을 완독할 엄두는 예나 지금이나 못내고 있다만 안봐도 비됴일 것 같은 느낌으로 그의 내공을 느낀다.


그렇가 잘 살면서도 그렇게 잘 사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소박한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를 떠나며 해상에서 한 컷 담아본다.


Baltic sunrise 241005 (10).jpg
Baltic sunrise 241005 (11).jpg

다시 발트해로 해가 뜨고 나는 나의 생존일기를 또 한 장 남긴다.

수천 수만번 보았으면서도 한 번도 질리지 않은 새 해가 오늘 내 인생에 처음으로 뜬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