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나친 자기검열과 성찰로 나 자신을 고립시키고 소외시키고 있는 것을 발견한지는 꽤 된다. 내가 하는 말, 쓰는 글, 찍는 사진이나 영상 그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드는게 없다. 그래서 글쓰기도 유튜브도 블로그도 지속적으로 성실하게 해나가지 못하고 수시로 중단하고 잠수탄다. 이 지독한 슬럼프는 외부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순전히 나 자신에게서 시작된 것이기에 답도 내 자신 안에서 찾아야할텐데 그것조차 요원하다. 페이스북을 덮은지 1년이 넘었고, 초대되어있던 대부분의 단톡방에서도 다 나와 거의 사회적으로 증발된 상태로 살고 있다. 어디서부터 끊고 언제부터 다시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
운동장을 뛰는 선수로 살고 싶으면서도 대부분의 시간을 관중 속의 한 명으로 살고있는 나와 달리 콩순이는 그냥 조용히 있어도 '스스로 그러한' 삶을 누리며 산다. 그녀는 갤러리와 플레이어를 구별할 필요 없이 그냥 자기 삶의 주인이자 주인공인 것이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글 한 자 못쓰는 나와 아무 생각이 없어서 글을 쓸 필요조차 못느끼는 사람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글을 쓰라고 강요하는 사람도 없고, 내 글을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데 왜 나는 글을 쓰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그렇게 실망하고 거의 자포자기하는가?
여전히 그 누구보다 많은 곳들을 여행하며,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며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며 살고 있는데 그 흔한 유튜브 콘텐츠 하나도 제대로 못만들고, 글 한 편 제대로 못남기는 나의 무기력과 무능력이 놀라울 뿐이다.
지독한 늪에 빠져있는 나를 낚아채 기어이 밥 한 끼 차 한 잔 나누게 만든 아우의 웃음이 나를 미소짓게 한다. 노가다로 살면서도 체험 삶의 현장을 찍는 부르조아같은 그 앞에서 나는 여전히 어리숙한 초보운전자 같다. 긴 글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쪼그라든 나와는 달리 그의 글은 대단한 인내심이 필요할 정도로 꽉 찬 내용으로 길다. 그 내공이 부러운 난 또 들러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