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늑대

Lonely wolf

북유럽 여행 시즌이 되면 노르웨이 오슬로로 대한항공 전세기가 한시적으로 취항한다. 같은 비행기 안에 상품가별로 고품격, 정통, 실속, 알뜰 등로 구별되어 여러 단체가 탑승한다. 여행시장은 고객들이 지불한 비용에 따라 철저하게 구별되는 계급사회인 것이다. 나는 가장 비싼 여행부터 저가 여행까지 다 진행해봤다. 어떤 팀이든 내가 모시는 고객들이 가장 행복한 여행이 되도록 최선을 다 했고, 언제나 최고의 여행이었다는 평가를 들어왔다. 그러나...


오버 좀 하지 마라.

잘 하는 것은 아는데 너무 튀지는 말아라.

그냥 남들 하는대로 무난하게 해.

왜 이렇게까지 하세요?


고객들에게서 듣는 말들이 아니라

동종업계의 파트너들에게서 들어온 소리들이다.

가이드들과 현지 업체의 사장들이 내가 출장나오면 부담스러워 한단다.

고객들은 만족하는것 알지만 자기들이 너무 힘들다고...


여행을 마치고 오면 출장보고서를 상세하게 작성하여 제출하는데, 그 내용이 여행팀 전체가 회람하며 참고할 정도로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더 나은 여행을 위한 제안이나 건의사항 같은 것은 좀 빼줬으면 한다는 피드백을 듣기도 한다. 여행업계의 현실은 그런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그냥 무난하게 여행만 잘 진행하고 돌아오면 된다는 충고까지 듣게된다. 잘 하고도 이런 소리를 몇번 듣게되면 나도 위축될 때가 있다. 도대체 잘 해도 문제가 되면 어쩌란 말인가!


40도가 넘는 폭염속에 스페인 여행을 진행할 때도 있다. 수영장이 있는 호텔들에 묵기도 하지만 아침 먹고 일정을 시작하여 밤 늦게 돌아오니 그런 시설들을 이용할 시간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객들이 저녁에 조금 일찍 호텔로 돌아가서 수영장 한 번 이용하며 쉬고싶다는 요청을 한다. 일정을 잘 운용하여 1시간 정도 여유를 만들어 고객들의 로망을 이뤄드린다. 모두가 너무나 좋아라 한다. "패키지도 위대한 여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최고의 후기가 올라올 정도로 모든 고객들이 만족한 여행이 마무리된다.


그러나 여행이 끝난 후에 다른 팀들은 수영장을 이용하지 않았는데 내 팀만 수영장을 이용한 것이 문제가 된다. 정확히 말하면 수영장을 이용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문제로 삼는 자가 있으니 실제로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아무리 고객이 만족하고 잘 끝난 여행이라도 남들이 하는대로 무난하고 소리없이 끝냈어야지 이런 저런 뒷소리가 나오면 문제가 있는 것이란다. 패키지 여행에서는 나처럼 튀면 문제가 된다. 문제가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낙인이 찍혀버리는 것이다.


외로운 늑대처럼 하늘을 향해 홀로 울부짖어봤자 공허한 메아리만 힘없이 내게 되돌아 올 뿐이다. 여행업계의 외로운 늑대로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살아남기 위해 더 경쟁력있는 변종들과 무리를 지어 진격해 볼 것인가? 지금의 여행시장엔 미래가 없다. 나는 외로운 늑대로 근근히 생존하는 수준을 넘어 경쟁력 있는 변종들과 무리를 지어 미래의 새로운 시장을 향해 진격하는 늑대가 되고자 환골탈태하기로 작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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