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미디어의 미래를 생존할 실패자-
이 무슨 개뼉다구 같은 뉴스 멘트냐고 처음엔 생각했다. 뭔 얼어죽을 미국 온라인 매체를 받아서 뉴스를 하나. 코리아 레거시의 정점에 있던 방송국에서 멍하니 살다가 그런 생각을 했다. 그게 한 7~8년 전 쯤 전이었던가. 악시오스? 그런데... 알면 알수록 놀라운 미디어였다.
부러웠다. 개조체, 이해하기 쉬운 새로운 형식, 뉴스레터... 무엇보다 모두가 받아쓰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강력한 취재력. 네이티브 광고로 돈도 번다! 이것이 뉴스의 미래일까. 부럽다. 1급 저널리스트는 스타트업을 차릴 수도 있구나. 엑시트도 가능하다! 대박이 날 수도 있구나!
그러나 같은 일이 한국에서는 고난의 행군이 된다.
악시오스의 성공에 빗대어 보면 ‘퍼블리’라는 미디어의 실패는 누추해질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누추한 존재는 아니었다. 10년 동안 약 200억(추정). 아마도 한국에서 미디어 스타트업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을 끌어모아 본 회사일게다. 고정 유료 독자 비즈니스 모델로 우상향 그래프도 그려봤다. ‘타자에게 공을 던지기 전에 기선제압에 성공한’ 투수(156쪽)가 되어 나선 시리즈B 투자에서 백억 넘는 돈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이유다. 모두가 바라보는 눈부신 존재일 때가 있었다.
비즈니스 모델은 조금씩 변했다. 처음엔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은 돈으로 의미있는 기사를 발굴해주는 모델로 시작했다. 중간에 유료 구독자 레터 모델로 전환했고, 시리즈B 투자를 받은 뒤로는 한국의 링크드인이 되려고 했다. 창업자는 링크드인이 되기 위해 시도한 ‘커리어리’에 너무 많은 리소스를 투입한 게 독이 되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단다. 초심을 떠올리면서.
회사는 쪼개서 매각했다. 창업자는 10년 만에 퇴사했다. 실패했다. 그리고 책을 냈다.
서점에 가서, 전혀 살 생각이 없던 책이 매력적이어보일 때, 서문을 읽는다. 테스트다. 살 것인가 말 것인가. 뭔가가 느껴지면 거부하지 않는다. 실패한 창업자의 서문이 그랬다. 거부할 수 없는 글이었다. 어떤 글을 인용해야할 지에 대해서도 정확한 감각이 있었다.
‘경기장 안의 사람’ The man in the arena
-시어도어 루스벨트, 1910년 파리 소르본 대학 연설
중요한 것은 비평가가 아닙니다. 강한 자가 어디서 무너지는지, 혹은 행동하는 이가 무엇을 더 잘할 수 있었는지를 지적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모든 명예는 실제로 경기장 안에서 뛰는 사람에게 돌아갑니다. 얼굴이 먼지와 땀, 피로 얼룩진 채 용감하게 나아가며, 실수를 저지르고, 반복해서 실패하는 사람의 것입니다. 실수와 실패는 불가피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명예의 주인공은 행동하기 위해 애쓴 사람, 위대한 열정과 위대한 헌신을 알고 있으며 가치 있는 대의를 위해 자신을 불사른 사람, 높은 성취의 승리감을 이해하는 사람, 그리고 최악의 경우 설령 실패한다 하더라도 대담하게 도전하다 실패한 사람입니다. 성공도 패배도 모르는 차갑고 소심한 영혼들과는 결코 같은 위치에 있지 않은 사람입니다. (서문, 15쪽)
남의 실패를 읽는 마음의 기대는 저런거였다. ‘퍼블리’? 매각됐어? 잘나갔잖아? 뭐가 문제였지? 역시 한국에서 뉴스 콘텐츠는 돈이 안되는건가? 뭘 했고, 그게 왜 안됐는지 좀 알 수 있으면 좋겠군.
그러니까 퍼블리가 어떤 콘텐츠를 만들다가 망했는지 궁금했다. 사실 이 업계에서 망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내리막 밖에 없는 레거시에서 느슨하게 이십 년 가까이 살았다. 글로 약간의 반향을 받아보았고, 그래서 책도 두 권 내 보았다. 이 일이 재미있다. 그래서 가능하면 여기서 계속 미래를 탐색하고 싶은데... 업계는 다 녹아내리고 있다.
신문도 방송도... 종이와 전파로는 영속성 확보에 실패한지 오래다. 온라인? 겨우 수익은 낸다. 그런데 수익을 내려면 낚시에 의존해야 한다. (전에도 말했지만) 온라인 1,2등 하는 조선 중앙일보가 온라인에서 뭐하는지 보라. 네이버 각 사 창에서 지금 가장 많이 읽은 콘텐츠가 뭔지 리스트만 보라. 픽 걸어놓은게 뭔지 보라. 이 바닥은 이제 창피함 없이 리뷰할 수는 없는 바닥이 되었다.
물론 숨 붙은 채 지낼 수는 있다. 그럴 방법은 있다. 광고효과와 무관하게 광고로 미디어를 관리하려는 공공과 민간의 업계와, 그 업계를 잘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이 여튼 연명하며 생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건 살아 숨쉬는 비즈니스가 아니다. 본업의 경쟁력을 키워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일이 불가능한 것인가? 레거시에서 겁쟁이가 된 사람은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미래를 탐색하는 소심한 사람인데, 그런 사람에겐 다 그만두고 나가서 살필 새로운 시장은 없는 것인가? 이런 질문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의 기대는 무망했다. 이 책은 미디어 스타트업을 꾸린 CEO의 이야기였다. 정확한 업무는 CEO지 콘텐츠 창작자가 아니었다. 콘텐츠 자체를 어떻게 만들고, 반응을 얻고 성공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없다. 그런 점에선 소득이 크지 않다.
사실, 없는 답을 찾으려 했으니 얻을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들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2030 직장인들에 타게팅했고, 어느 순간 뉴스 보다는 타겟 소비자에게 유용할 정보로 포지션을 바꿔갔다. 그 결과 성과를 얻었으니, 보편적 뉴스 시장과는 다른 시장을 살았다.
동시에 사실, 답은 정해져있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경쟁자가 없는 건 다 이유가 있다. 그만큼 돈이 안되니까 아무도 안 들어오는 거야”라는 말을 우리끼리 했음.(161쪽) 라고 썼는데, 그 말이면 족한 것 아닌가? 뉴스를 돈 주고 살 사람이, 시장이 없는데 조그마한 신생 회사가 이걸 어떻게 만들고 살아남나. (이렇게 따지니 소득이 없지는 않네.)
다만 10년 동안 스타트업을 꾸린 창업자의 고뇌와 선택은 잘 담겨있다. 늙수구레한 나에겐 그 모든 과정, 심지어 용어들 자체가 생소했다. 같은 일을 해도 간지가 나는 용어들 속을 유영하며 트렌디함을 느꼈다. 스타트업을 어떻게 만들어 영위하고, 핵심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꾸리며, 자본조달과 해고와 청산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아 나의 용어는 비루하다)를 탐험했다.
이들의 가능성과 이들의 한계를 짚어보는 재미가 있다. 흡인력도 있다. 원래 진심을 다해 사력을 다해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렇다. 그래서 사람들이 읽는가보다 했다. 스포일러는 가급적 생략하려다보니 앙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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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도전은 책이 되었다. 매우 매력있는 이야기가 되었다. 그래서 읽어들보기를 추천한다. 콘텐츠의 미래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또 한국에서 하는 스타트업의 ABC가 궁금한 분들이라면. 강력한 힘이 있을 거로 본다.
개인적으로는 몇가지 질문이 남는데... 결국 콘텐츠의 미래겠다. 그간 만들어온 콘텐츠는 창업자가 꿈꾸던 콘텐츠들인지, 또 일단 콘텐츠 비즈니스로는 실패를 했는데 그래도 여전히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사랑하는지, 다시 돌아간다면 어떤 비즈니스로 시작해 발전시킬건지. 그래서 콘텐츠 만드는 업에서 행복을 느끼던 이 창업자가 다음엔 뭘 할지, 그게 또 콘텐츠일지. 동시에 여전히 새로운 콘텐츠 생산자로 시장에서 뛰고 있는 어피티나 뉴닉 같은 회사는 이 실패를 바라보며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