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하는 무계획형 인간
기독인에게 연출이란 (상편)
기독인에게 연출이 어떻게 이해되면 좋을지에 대해 써보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내공도 실력도 한참 모자라서 추후에 있을 부끄러움을 조금이나마 피하기 위해 개인적인 경험을 기반한 생각을 조금만 기록해보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할 때 즈음에는 cf/광고 프로덕션 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연출 아르바이트도 하러 다녔었다. 그때 만나게 된 분이 관공서쪽에서 많이 찾는 감독님이셨다. 산을 좋아한다고 자주 말씀하셨는데, 지금도 언제 다녀오셨는지 방방곡곡 유명한 산이란 산은 모두 다니시면서 입이 떡 벌어지는 풍경사진을 sns에 찍어서 올리신다. 배울 점이 많은 분이시고,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데리고 다니시면서 답답해 하기는커녕 여유롭게 웃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신 감사한 분이다. 꽤나 감성적인 추억이 많이 있지만, 다음에 풀어보자.
내가 경험한 조연출 아르바이트는 심부름꾼이긴 하지만 중요한 심부름을 하는 사람이라 하면 될 것 같다. 사실상 이제 갓 졸업한 학생이 나서서 뭔가 발언할 일은 없고, 감독님의 지시를 잘 따르는 게 중요했다. 눈치를 잘 살펴서 필요한 것들을 잘 챙기고, 잘 따라다니는 게 할 일이다. 각 씬을 촬영하고 넘어갈 때마다 옆에서 스토리보드를 확인하고, 다음 씬의 장소는 어디인지, 누가 준비되어있어야 하는지, 빠진 소품은 없는지, 스탭은 몇 명이고 배우는 몇 명이고, 근처에 식당은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고 예약하는 것까지. 하는 것 없이 바쁘지만 있기는 꼭 있어야 하는 그런 역할이다. (*조연출의 연차, 경력에 따라 또는 현장에 따라 해야 할 업무는 ‘진짜연출’부터 각종 케어담당까지 천차만별이고 내 경우에는 앞서 말한 일에 필요한 인력이었다.) 비록 엄청난 규모는 아니었지만, 촬영현장을 직접 보면 얼마나 많은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있어야 하는지 체감할 수 있다.
영화, 공익광고, CF, 패션필름, MV 등의 다양한 종류의 영상물이 있지만 종류에 상관없이 대부분 시나리오나 스토리보드를 충분한 절차를 거쳐 여러 사람이 함께 준비하고 진행한다. 시나리오가 없는 영상은 생방송, 토크쇼 또는 인터뷰 등이 있겠고, 요즘은 어느 정도의 시나리오가 있다지만 모든 컷을 상세히 기획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예능프로그램이나 다큐멘터리도 속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 각종 콘퍼런스, 박람회, 학술대회 등의 현장스케치가 있다. 우리가 교회 행사 때 촬영하는 현장스케치도 여기에 속한다.
내가 매번 느끼는 현장스케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상황에 따른 변수인데, 물론 “그건 현장스케치뿐만이 아니라 어떤 촬영이든 다 해당되는 거 아닌가?”싶을
것이다. 우천이나 폭염등의 기후문제는 정말 방법이 없지 않은가. 하지만 이런 행사의 경우, 다음 기회가 없다는 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눈앞에 들이닥치면 상당히 피가 마른다.
이번 주 주일에 내가 섬기는 구미 안디옥교회에서 새 생명초청주일 행사 현장스케치가 있었고 지시받은 레퍼런스는 짐벌로 촬영된 영상이었다. 메인 장면이 강단에 계신 목사님을 피사체로 잡고 중앙통로에서 Dolly Out 되는 웅장한 구도였는데 통로 중앙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 지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 앞쪽만 간신히 왔다 갔다 하는 쪼잔한 결과물이 나왔다. 중앙 카메라 옆으로 사람 한 명 정도는 지나갈 수 있는 넓이라고 짐작했던 게 실수였다. 본당을 반으로 나눴을 때 가로선상에는 농아인 분들과 마주 보고 계신 수화통역사분이 앉아계셨기 때문에 짐벌에 달린 카메라 프리뷰를 보면서 촬영하다가는 부딪힐 수 있었다. 포토존 촬영장면을 찍으러 1층으로 내려가보니 폭염으로 인해 밖에서 운영하기로 했던 간식 부스가 로비 안으로 들어왔고 안내팀까지 총 세 팀이 한 곳에 몰려 로비가 붐볐다. 사람이 몰려서 카메라를 최대한 높이 들고 촬영해 봤지만 정수리만 잔뜩 찍혀있었다.
나는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변수와 이슈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최대의 변수는 날씨인데, 비단 촬영팀뿐만 아니라 초청주일에 오시는 새 가족분들을 위해서도 중요한 사안이다. 구구절절 나열한 내 실수들, 예상 못해 벌어진 변수들은 대부분 미리 대비할 수 있지만 날씨는 대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말 대비할 수 없는일이 맞는지 생각해보자. 우리에게는 방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