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아 Jan 07. 2019

결국 지나가기 마련이다

645일간의 출근과 퇴사 사이

2018년 12월 미뤄왔던 것을 결심했다. 그리고 나는 머릿속에만 떠돌아다니던 "퇴사"를 입 밖으로 말했다. 처음 해보는 퇴사는 아니지만 퇴사를 말하는 건 여전히 짜릿하다. 다행히도 문제 되는 것 없이 순조롭게 퇴사가 진행되었다. 그렇게 퇴사 디데이가 결정되자 회사 생활 하루가 참 소중하게 느껴졌다. 미웠던 것들이 감사하게 여겨지면서 아쉬운 감정도 커졌다. 언젠간 선택하게 될 일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갑자기 찾아온 시간인 것 같기도 했다.


'왜 그때는 그렇게 미웠을까? 왜 그때는 그렇게 싫어했을까? 왜 그때 더 잘해주지 못했을까? 왜 그때 더 참지 못했을까?'. 어차피 지나가는 시간인걸 알면서도 그 당시에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했었다. 30살이 되면서 이제는 대부분의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매번 스트레스받던 내가 있었다. 지금 깨달았던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좀 더 나았을까. 이런 생각을 품고 일을 하며 많이 부딪혔던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남기고 나왔다. 그리고 아직 성장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남아있고 그다음 직장 생활을 기대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내 인생에서 많은 인연들이 찾아왔고 지나갔을 뿐. 여기서의 퇴사가 내 삶의 은퇴가 아닌 것을 잘 안다.


645일 동안 지하철에 몸을 싣고 출근과 퇴근을 하고, 그 시간 동안 퇴사를 생각했던 날들도 잠시 멈춤이다. 그 시간 동안 '어떻게 하면 회사에 더 오래 다닐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회사를 다니며 내 다른 업을 준비할까''어떻게 하면 퇴사를 올바르게 결정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었다. 그리고 회사에서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들을 오롯이 마주하며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해결하려 했다. 


앞으로 또 어떤 회사에서 어떤 인연들을 만나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그다음 만남에서는 지금보다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리란 믿음과 기대가 있다. 즐거움도 어려움도 결국 지나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때 또다시 직장 생활을 하게 된다면 다시 한번 출근과 퇴사 사이를 연재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직장인의 교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