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속 인문학
지난 가죽 공방 수업에서는 실수의 연속이었다.
바느질 구멍을 뚫지 말아야 할 곳에 뚤어버리는가 하면, 바느질할 때 실을 엉뚱하게 꿰매기도 했다.
게다가 가죽을 잘못 붙여서 본드 붙인 곳을 다시 떼었다 붙이기도 하고... 당황해서 땀이 삐질삐질 나올 정도로 그날은 여러모로 잘 되지 않았다.
선생님은 내가 안타까우셔서 그런 건지 아니면 왜 그것밖에 못하는지 이해가 안 되셔서 그런 건지 모르지만 나를 타일렀다. 선생님 입장에서는 기왕 한번 만드는 거 제대로 에쁘게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이셨을지 모르겠다. 나 역시 생각보다 잘 안 만들어져서 속상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완성하기를 원했다. 덕분에 이번의 실패를 통해서 느낀 점은 비단 가죽 스킬뿐만 아니었다.
1.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성해야 한다. 한번 만들어봐야 내가 어느 부분에서 잘 못하는지 알 수 있으니까
2. 실수도 필요한 법이다. 그래야 다음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신경 쓸 테니까.
이번에 만든 제품은 내 작업실에 보란 듯이 두었다. 실패의 흔적을 보면서 보완해나가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내 인생 최악의 실패도 보란 듯이 남겨두었다. 다신 그때처럼 살고 싶지 않아서이다.
내 인생 최악의 실패는 우울증과 거식증으로 나 스스로를 세상으로부터 단절시켰던 때이다. 덕분에 난 위장이 예민 해졌고, 졸업과 취업도 늦게 했다. 사실 나도 그 시절이 없었으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었겠지!' 생각하곤 한다. 그래도 그 실패 덕분에 건강을 더 챙기게 되었고 내가 전공분야에서 어느 부분이 취약한지 알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그때처럼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더욱 내 삶에 충실히 살고 있는 내가 되었다.
우리는 때로는 실패의 흔적을 지우려 한다. 하지만 그 흔적을 지운다고 그때의 실패가 성공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실패를 받아들이고 왜 실패했는지 들여다보면 다음에 더 나은 성공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