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속 인문학
가죽 공예에는 장식선이라는 게 있다.
'크리저'라는 도구에 열을 가하여 가죽에 새기는 것인데, 이걸 장식선이라고 한다.
어디까지나 만든 이의 디자인이고 개인의 취향이라 꼭 넣어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 색상으로 이루어진 제품에 장식선을 넣으니 확실히 가죽의 밀도가 높아졌다. 심지어 선 긋는 게 어려운 것도 아니다. 몇 분 연습하면 깔끔하게 그릴 수 있다. 간단한 선 하나로 제품 디자인에 균형이 생겼다.
화려한 무늬도 아니다. 그냥 한 줄 선을 그었을 뿐이다.
내 삶에도 한 줄 선을 그어보자
언제부턴가 시작된 글쓰기. 누군가는 사치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나 역시 자투리 시간들을 쪼개서 하고 있을 뿐이다. 글쓰기는 도구가 딱히 필요 없다는 점이 좋다. 컴퓨터가 필요하겠지만 컴퓨터 외에도 핸드폰의 메모장이나 실제 메모장에도 글을 쓸 수 있지 않은가.
퇴근 후 혹은 주말에 무료하게 하루를 보내던 때에 '장식선'을 그었다.
그렇게 시작된 글쓰기 덕분에 예전에는 지나쳤을법한 일상들이 소재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기도 하고, 정리되지 않았던 생각들이 정리되기도 한다. 또한 스스로의 마감시간도 정해두어서 책임감이 생긴 듯하다. 사실 회사 업무와 병행하며 해야 해서 몸은 조금 피로하다. 이전에 비하면 삶이 좀 더 단단해졌음을 느끼곤 한다. 회사만 출퇴근하고 멍 때 리던 삶을 이어갔을 적에는 스스로의 가치를 귀하게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글을 씀으로써 생각을 잘 정리할 수 있게 되었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느낀 점들을 글로 남기니 더 기억력이 선명해졌다.
혹시나 현재의 삶이 무료하고 밋밋하다고 느끼고 있다면 '장식선' 한 줄 그어보기를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