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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아 Mar 24. 2018

당신의 오늘 식사는 무엇이었습니까?

얼마 전 퇴근하다가 남성 2명이 지하철 타기 전 공간에 쭈그려 앉아 무언가를 먹고 있었다. 김밥과 우유였다. 그들이 앉았던 곳에는 기둥이 있었고, 그 기둥 아래에는 콘센트가 있어서 무언가를 충전하고 있었다. 아마 충전하면서 고픈 배를 달래려고 했을 것이다. 그 모습을 보니 이내 마음이 불편해졌다. 사는 게 얼마나 바쁘면 저렇게 먹을까...

살다 보면 '끼니를 때운다'라는 말을 할 때가 있다. 식사를 제대로 챙겨 먹을 수 없어서 대충 먹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하며 보내는 시간은 1시간 이상이나 되는데, 식사시간이 길면 이보다 길까. (코스요리나 식사대접과 같은 예외사항은 제외이다.)

우리는 일하기 위해서 먹는다. 제대로 먹지 않고 일하면 몸이 아프고 아프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다. 이렇게 자명한 사실임에도 매번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을 수 없다는 건 슬픈 이야기이다.

하지만 나도 가끔은 끼니를 때우긴 한다. 주로 입맛이 없을 때 일 것이다. 예전에는 공부를 하느라 혹은 일 하느라 바빠서 끼니를 때우곤 했다. 어딘가에서 대충 끼니를 때우면 알 수 없는 성취감도 느껴졌다. '내가 이렇게 바쁘게 살았다' '먹을 시간도 없이 충실하게 살았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위안하기도 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이런 생각은 드라마, 소설, 영화 등 대충 매체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바빠서 대충 때운 날에는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고 씁쓸한 감정이 밀려왔다. 무엇을 먹고 어떤 맛이었는지 기억이 안 날정도로 살고 싶지 않았음을 깨달은 건 얼마 되지 않았다.

무엇을 위해 일하고 무엇을 위해 먹는 것일까. '먹는다'는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럽고도 행복하게 만드는 행동이다. 그래서 '끼니를 때운다' 라는 말이 슬프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 인간의 본성에 거스르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어쩔 수 없어 그런 거라면 더욱이 그렇게 느껴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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