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늘 숫자로 말하는 사람이다.
함께 어딘가에 가면
저 차는 얼마, 저 건물은 얼마, 누구의 연봉은 얼마
함께 밥 먹으러 가면 여기 밥값은 비싸다. 싸다. 가성비 별로다. 등등
항상 숫자로 이야기했다.
그를 보면서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가격은 어떠한 물건이나 서비스에 가치를 숫자로 매긴 것이긴 하나,
그 안에는 숫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가령-
연인과 함께한 저녁 식사.
비록 가격 대비 양도 적고 맛도 평범했을지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식사시간이고
그 시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데,
이 가치에 가격을 매길 수 있을까.
그래서 가끔은 그의 말이 불편하기도 했다.
나는 만족스러웠는데, 그가 '숫자'에 한정시키는 순간
그때 존재하였던 공간과 시간 감정들이 모두 그 '숫자'로 전략해버리는 느낌이었다.
언어는 사고를 지배하는 법이다.
나는 '어렵다' '힘들다' '괴롭다'라는 말을 자주 했었다. 그래서 내 삶은 늘 어려웠고 힘들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그리 어렵고 힘든 건 없었던 듯하다.
그의 삶이 어떠했는지 알 수 없으나,
사람들과 어울리며 원하는 삶을 진정으로 누리고 싶다면
숫자로는 말할 수 없는 가치를 발견하고 숫자가 아닌 다른 말로 말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