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근래 독립출판 행사에 참가하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짧은 기간에 혼자서 많은 일들을 처리해야 했으며 기본적으로 회사 업무까지 있었다. 그래서 덩달아 스트레스까지 더해져서 몸마저 병이 났다. 특히나 행사 전날에는 몸이 아파서 회사에 못 갈 정도였다. 그래도 쉽게 오지 않은 기회였기에 어떻게든 컨디션을 회복하고 참가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사람들과 소통하며 내 작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중에는 내 이야기에 귀기울여주며 칭찬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힘도 났다. 그래서 더 좋게 준비하지 못한 게 죄송스럽기도 했지만, 다음에는 더 좋은 내용과 작업물로 사람들에게 보여줘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짐을 하면서 괜스레 설레기도 했다.
이번 행사는 아는 분의 추천으로 참가하게 된 행사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이디어도 별로 없었고, 돈도 별로 없어서 하지 않으려 했는데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개인적인 성장을 느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성장은 사람들의 반응에 실망하지 않았다.
나는 어떠한 일에 곧 잘 실망하곤 했다. 끈기가 부족한 것과는 다른 것이다. 내 예상만큼 도달하지 못했을 때 "그다음에는 어떻게 더 잘 해봐야지!"라는 마음이 안되고 "대체 뭐가 부족한 거지? 왜 내 생각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못했지?"라는 것에 더 집중하게 된다.
내가 15년 전에도 만화 행사에 참가했을 때, 사람들이 내 만화책에 관심이 없어서 실망했었다. 그 뒤로 한번 더 도전했지만 역시나 마찬가지... 때마침 나는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어서 만화 그리는 것을 그만두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도 15년 전 그 시절이 많이 떠오르곤 했다. 그래서 혹여나 내가 또 실망하고 포기할까 염려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달랐다. 아예 처음부터 많이 파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 순간을 즐기고 오자라고 마음도 먹었고, 실제로도 적자가 컸지만 그다음을 구상하고 설레어하는 나를 볼 수 있었다.
이번 기회는 나에게 참 소중했던 경험이었다. 그동안 나름 준비했던 것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더 단단해진 마음가짐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여전히 브런치에도 꾸준히 글을 올릴 생각이다. 나이 앞자리가 3으로 바뀐 여자가 출퇴근을 하며 나답게 성장하는 글을 포기하지 않고 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