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남동에 있는 사운즈 한남에 다녀왔다.
지인분들의 반응도 좋고, 조수용 님이 기획한 공간은 또 무엇이 다를까 궁금하여 다녀왔다.
처음에는 스틸 북스라 그래서 사운즈 한남=스틸 북스인 줄 알았는데
사운즈 한남이 공간 이름이고 그중에 스틸 북스가 있었던 것.
처음 발을 딛었을 때, 흡사 도쿄 다이칸야마의 츠타야 서점을 떠오르게 했다.
책과 쉼터 그리고 카페, 사람들.
다른 것들은 제치고 이번 첫 방문에는 스틸 북스만 들어갔다.
처음 외관에 반기는 귀여운 일러스트
이 입간판에 그려진 일러스트를 보고 나는 직감했다.
이곳의 굿즈를 사자. 이것은 사야만 한다.
그렇다. 역시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굿즈만으로도 사람을 이렇게 들뜨게 만들다니... 이런 건 대체 어떻게 생각해낸 걸까.
예쁜 쓰레기를 수집하는 게 취미인 나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근차근 둘러보기로 했다.
1층에는 매거진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중에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매거진 B의 진열장.
평소 매거진 B를 사보는데, 서점에 갈 때마다 아쉬웠던 점은 제대로 진열되어 있지 않아 여유롭게 선택할 수 없었던 점이다. 하지만 스틸 북스에서는 B를 찬찬히 둘러볼 수 있었다. 이렇게 진열되어 있으니 확실히 매거진 B가 어떤 잡지인지 알 수 있었고, 잡지가 아닌 브랜드가 진열되어 있는 느낌이 들었다.
스틸 북스는 총 4층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일반 서점과는 달리 모든 분야를 망라하진 않았다.
그리고 각 층마다 책을 진열한 주제가 다르다.
(생각해보니 너무 흥분하는 바람에 층마다 무슨 주제로 나뉘어 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위층에 더 있다는 그래픽 디자인이 한번 더 내 마음을 움직인다.
계단으로 이어지는 옆에 작은 공간이 있었는데, 이렇게 앉아서 책을 읽거나 창밖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해두었다.
사소한 공간도 지나치지 않고 이런 공간을 마련한 점에서 디테일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책과 굿즈를 계산하기 위해 계산대에 갔다. 계산대에 놓여 있는 멤버십 가입 종이가 바로 눈에 띄었다. 점원이 멤버십에 가입하겠냐는 질문에 "네"라고 즉답을 했다. 왠지 저 종이에 직접 글을 써서 가입하고 싶었고, 종종 들리고 싶은 서점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리고 어느 층에는 이런 작은 테라스도 마련되어 있었다.
책을 읽다가, 혹은 책을 구매한 후 이곳에서 잠시나마 읽는 것도 참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다.
결국 구매한 굿즈와 책. 봉투는 구매했는데,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귀여워서 버릴 수가 없었다.
아마 이 봉투에 선물할 책을 사서 넣어 주면 그 사람도 버리기엔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책은 이런 종이에 포장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저 그래픽 디자인 로고가 한몫했다는 느낌도 든다.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고, 나도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해졌다. 앞으로 스틸 북스의 행보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다. 왜냐하면 지하철로 다니기에는 위치가 썩 좋진 않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방문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있다면 정말 매력적인 공간이 되지 않을까. 다음에는 사운즈 한남 전체를 둘러보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