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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아 Aug 11. 2018

소리와 사랑에 빠진 어느 남자

류이치 사카모토 전시회를 다녀와서

며칠 전, '류이치 사카모토의 LIFE, L I F E'  전시회를 관람했다. 이번 전시는 회현역에 새로 개관한 'Piknic'이라는 문화공간에서 진행하는데, sns에 올라온 사진을 볼 때마다 늘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 잡혔다. 그리하여 마침 같이 보고 싶다는 지인의 요청에 함께 전시회에 갔다.


아주 오래전 류이치 사카모토의 연주를 듣고서 뉴에이지 노래에 빠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처음 들었던 강렬함을 오랜만에 다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음악을 감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가 얼마나 소리를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특히 인터뷰 영상을 볼 때 소리를 향한 그의 사랑과 열정을 느꼈다. 특히나 인상 영상 장면은 작업실에서 다양한 사물로 다양한 소리를 내며 작업을 하던 도중 그가 원하던 소리가 나왔을 때의 전율이 느껴지던 표정과 몸짓이었다. 정말 어떠한 것에 푹 빠지지 않은 이상 나올 수 없는 표정이었다.


비가 오는 날에 다양한 소리를 녹음하기 위해 직접 파란 통을 쓰던 장면도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굿즈로 만들면 좋을 장면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기념품샵에서 판매하고 있어 기뻤다.) 그 모습은 마치 소리를 가지고 노는 어린아이 같기도 했다. 열정이라고 말하기엔 그 단어의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 류이치 사카모토에게는 소리란 열정을 넘어선 기쁨 그 자체인 것 같다. 그래서 그가 부럽다. 무언가에 푹 빠져 진심으로 기쁨과 사랑으로 마주하고 있으니, 이러한 태도에 감동받으면서도 질투 난다. 내가 지금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들을 난 어떻게 마주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촬영 금지가 된 전시회라서 작품 사진을 올려놓고 이야기할 순 없지만, 만약 사진을 찍어 글을 썼을지라도 그 감동이 전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왕 이렇게 텍스트로 접했으니 직접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 인생을 엿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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