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iden Nov 11. 2023

모순에 대한 사랑




  이상하리만치 모순에 끌리는 편이었다. 사람뿐만 아니라 본능적으로 모순적인 대상에 관심이 가곤 했다. 대상이 품고 있는 모순은 다양한 형태로 현실에서 구현된다. 때론 타자를 향해 공격적인 형태로, 때론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자기 파괴적인 모양으로 드러난다.

  그게 결국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되돌아간다는 걸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것을 보며 어쩌면 연민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연민이라고 느꼈던 그 감정을 계속 곱씹는 과정에서 어쩌면 연민이 아니라 모순의 파괴성에 매료되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모순이 주는 불완전함이 너무도 인간적이어서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인간적이라는 건 모순적이게도 자연적인 것과도 같다. 인위적인 산물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지만 결국 이 모든 것들도 태초엔 자연에서 비롯되었다. 또한, 자연 역시 인간처럼 많은 것을 파괴하고 다시 재창조한다. 단지, 인간은 의도가 있고 자연은 의도가 없을 뿐이다. 파괴하고 창조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는 모순은 결국 모든 것을 유지하는 순환의 과정이다.

  그래서 모순을 사랑했나 보다. 가장 인간적이면서도 가장 자연적인, 가장 근원에 가까운 성질을 품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