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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den Dec 12. 2023

우울이라 말하고 싶지 않다.



  열정적이고 뜨겁던 온도가 언제 식어버렸는지 가늠이 안 됐지만 분명 뭔가 달라졌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모든 게 귀찮아지고 잠만 자고 싶다는 무기력이 온몸을 지배했을 무렵, 분명 이상 신호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우울증이 의심되니 병원에 가라는 검진 결과를 받고서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 우울증이구나.'


  우울에 대한 글들이 참 많다. 네이버 블로그, 브런치 등 내가 주로 활동하는 각종 플랫폼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글들이 우울증에 대한 사유들이었다. 그만큼 힘든 나날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는 방증일 테지만, 적어도 나는 그런 글을 생산해 내는 주체가 되고 싶진 않았다. 울증에 대한 경험과 그 과정을 공유함으로써 분명 누군가는 위로와 도움을 받겠지만 나는 다른 방법을 택하고 싶다.


  열심히 병원을 다니고 약도 먹겠지만, 나는 내 삶에 침습한 이 우울이라는 심연을 기꺼이 인정하고 우울이 아닌 다른 것들에 초점을 맞춰 글로 풀어낼 것이다. 이 심연에서 파생되는 어두운 이야기가 아니라 심연을 마음에 품은 채 역동적으로 발버둥 치는 내 삶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여러 계획들이 있다. 독서 모임을 만들어 읽고 싶었던 책들을 사람들과 함께 읽고 공유하고 싶고, 그간 하고 싶었던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싶다. 그리고 그 과정들을 통해 분명 이 심연을 조금씩 내 삶에서 밀어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 과정들을 앞으로 담아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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