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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den Dec 25. 2023

비상은 추락이 있어야 가능하다.


  날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해 한창 철딱서니 없을 무렵이었다. 작은 몸집에도 늘 장난기가 가득해 겁이 없었던 그 시절의 나는 겁도 없이 친구와 함께 아파트 옥상에 올라갔던 적이 있었다. 어렴풋이 기억하기론 옥상에서 열심히 돌아가는 환풍구들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오래된 주공아파트의 꼭대기 층에 올라가 낡아서 쇠독이 오를 것만 같은 사다리를 타고 옥상에 올랐다. 그러자 커다랗던 온 세상이 어린 내 시야의 아래에 한가득 들어왔다. 그 광경이 황홀하면서도 시야의 높낮이가 갑자기 달라지니 이질감이 들었다. 하늘은 어두워지고 있었고 정면에서 노을이 지고 있었으며 선선한 가을바람이 내 머리칼을 쓸었다. 그때의 감각은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난생처음 보는 그 장면의 한 모퉁이에서 이름 모를 새들이 날갯짓을 하며 지나갔다. 그 새들을 보며 문득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만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냥 열심히 곡선을 그리며 공중을 휘젓는 저들의 날갯짓이 힘들어 보이면서도 한편으론 자유로워 보였다. 마치 바다를 자유로이 유영하는 고래들처럼 중력으로부터 조금은 해방된 것처럼 보여서였을까.


  그로부터 십 수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높은 곳에 대한 열망이 있다. 정확히는 높은 곳에서 세상을 한 아름 끌어안고 그 감각을 유지한 채 날갯짓을 하고 싶다. 가끔은 하늘을 날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세상을 향해 낙하하고 싶은 것인지 혼동이 오기도 한다. 이 감정이 곤두박질치고자 하는 자기 파괴적 성향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정말 하늘의 기류에 바다처럼 자유로이 몸을 맡기고 싶은 것인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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