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부 시민기자단 Jun 08. 2016

작약꽃


더워지기 전에 된장 담가야 한다는 시어머니의 다그침,

심통난 며느리 밍기적 거릴 때

뒤뜰 장독대 옆 작약꽃 

눈치 없이 먼저 피었다.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부아 난 며느리 마음 풀어질까 

활짝 핀 작약꽃 

화사하게 웃지도 못하고

슬그머니 짙은 향기 품었다.

지나가던 옆집 아지매 향기 좋다고 수다스럽다

은근 기분 좋아진 며느리 

분주하게 메주 씻는다.


밤마다 짓궂게 들려오던 시어머니 코 고는 소리 

들리지 않고 

항아리 속 메주 동동 떠오를 때

온 밤 지새운 며느리 

시어머니 코 고는 소리 찾아 

꽃잎 떨어진 작약 나무 

새벽이슬 털어준다.





손창명 기자

잘 웃고, 잘 먹는 사람.

속으로만삐지는 사람. 

자연에 순응하는 사람.

인권과 관련된 기사를 누구보다 잘 써 내려가는 사람.

작가의 이전글 어쩌다 어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