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지기 전에 된장 담가야 한다는 시어머니의 다그침,
심통난 며느리 밍기적 거릴 때
뒤뜰 장독대 옆 작약꽃
눈치 없이 먼저 피었다.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부아 난 며느리 마음 풀어질까
활짝 핀 작약꽃
화사하게 웃지도 못하고
슬그머니 짙은 향기 품었다.
지나가던 옆집 아지매 향기 좋다고 수다스럽다
은근 기분 좋아진 며느리
분주하게 메주 씻는다.
밤마다 짓궂게 들려오던 시어머니 코 고는 소리
들리지 않고
항아리 속 메주 동동 떠오를 때
온 밤 지새운 며느리
시어머니 코 고는 소리 찾아
꽃잎 떨어진 작약 나무
새벽이슬 털어준다.
손창명 기자
잘 웃고, 잘 먹는 사람.
속으로만삐지는 사람.
자연에 순응하는 사람.
인권과 관련된 기사를 누구보다 잘 써 내려가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