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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부 시민기자단 Jul 01. 2016

차가운 고추장 <비빔밥>

 변했다.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맛 마음속에는 남았다. 달콤한 맛보다는 차라리 매운맛이 낫다고 이런 말이 있다.

 철없는 지난날에는 그 말이 무슨 뜻이 전혀 몰랐다.


  먹고 남는 나물 가지와 냉장고에서 자기의 숙명을 마치고 누구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 음식들의 기대주는 고추장이다. 차가운 밥과 다양한 찌꺼기들이 만나서 색다른 하나의 음식이 만들어 내는 고추장의 힘은 우리나라의 힘과도 같다.


 차갑고 입 안에서 살살 녹는 그 맛에 멍청하게 너머가 한 시대는 바보처럼 살 때도 있었다.


  많은 재료가 필요한 서양 음식과 뛰어한 기술이 있는 중국 음식들도 맛이 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간단하고 누구나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다. 그 맛이 이제는 월드 음식으로 탄생된 비빔밥이다.


 어릴 적 재활원의 방 구상은 한 방에 아홉 명에서 열한 명이 가족처럼 살았다. 내가 아가여서 같이 생활했던 형들은 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그때는 생활교사를 엄마라고 불렸다. 점심때면 엄마들은 철로 된 도시락을 싸서 학교로 배달하고 그 도시락에는 밥과 각종 반찬들이 고이고이 담아 있었다. 배달한 뒤에 “우리 막내도 밥 먹어야지” 하면서 들통 고추장과 향기로운 참기름으로 비빔밥을 해주셨다. 


 점심이며 엄마가 내 오감을 만족시켜준 비빔밥은 사라졌지만 지금은 내 입 맛이 철없이 변했다. 그러나 빈 들통에 무엇 무엇을 넣고 고추장을 얼마만큼 넣어야 더 맛있는 비빔밥이 되는지 알 것 같다.

  정말 내 입 맛이 변했을까? 






김삼식 기자


말을 하지 못하지만, 

역으로 생각하고 이미지로 생각할 수 있는 기자

호기심과 물음이 많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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