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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부 시민기자단 Jun 26. 2017

장 마

빗방울이 한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하면 아이는 곧장 골목길로 달려 나간다. 장화를 신어보다 이내 벗어던지고 샌들로 바꾸어 신고 이 우산, 저 우산을 펴보다 큰 놈으로 펼쳐 들고 집을 나선다.     


웅덩이가 많아 피해 걸어야 할법한 골목길을 점령하곤 비를 맞아가며 무언가 열중이다. 돌멩이를 모아 댐도 만들고 함정도 만들고 저만큼 가는 이, 오는 이 다 우산에 씌워서 요리조리 피신시켜 가는 길을 안내하며 놀이를 한다. 


비 오는 날이면 아이는 신이 났다.     


들판에 논과 밭이 갈라져 작물이 타 죽어간다.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구르고 하늘만 바라보는 마음들이 있다. 시원스레 소나기라도 좀 뿌려 주면 어때서 애타게 만드는지. 식수도 농경수도 바닥 난지 오래다     


비가 내릴 때면 철부지 아이는 반가워 골목으로 비 마중 간다. 철퍼덕거리는 웅덩이를 재미 삼아 즐기고 다닌다. 그 시절 그 소리가 이 갈라진 바닥에서도 들려오기를 가슴 졸이며 찾는 이가 있다.     


기도를 해야 내려 주려나

제사를 지내야 뿌려 주려나

정성이 부족하려나     


시원한 장마가 갈망 깊은 마음을 논바닥처럼 타들어가게 만든다. 언제쯤이나 시원한 비가 물줄기를 만들고 저수지마다 가득 채워 보기만 해도 배부른 이들을 행복하게 해줄까.     


비가 안 내리면 아이나 어른이나 비를 기다린다.     




김세열 기자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표현의 글을 잘 쓰는 사람

남성적인 면이 있고, 도덕적 원칙을 중시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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