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장애인 성우아카데미 종강을 1주 앞두고, 내가 외친 한마디. 목소리가 예쁘니 시각장애인 책 읽어주는 도우미 한번 해보라는 주위의 칭찬 한마디에 용기를 얻어 그렇잖아도 목소리가 작아 고민이었는데 기회다 싶어서 망설임 없이 등록을 했다. 눈 오기 전에 끝날 것 같아 반가운 것도 사실이다.
나는 안 그럴 줄 알았다. 지금까지 별로 후회하는 일 없이 살았기에 이번에도 크게 땅을 칠 일은 없으리라 짐작했었다. 그러나 의외로 장점을 발휘하지 못했고 지적하는 데에만 골몰하였다.
사실 발성연습의 한축이었던 ‘아에이오우’는 병원에서 지겹도록 반복했던 터라 익숙했다. 비록 별로 효과는 거두지 못했지만. 복식호흡도 요가할 때 배웠던 탓에 어렵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문제는 게으르고 자주 잊었던 습관에 있었다.
복습과 예습도 소홀했다. 다큐작가를 꿈꾸었기에 자연히 내레이션에 주목하였다. 그 시간에는 나도 모르게 집중했고 안 하던 예습에도 성의를 보였다.
그러나 관심 밖이었던 연기나 애니메이션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소홀하였다. 특히나 만화는 불량학생이나 보는 것이라는 선입견에 갇혀 불성실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낯설거나 불편한 것에 선뜻 도전하지 못하는 나약함이 반성되었다.
장애에 대한 정체성을 깨닫게 된 계기도 되었다. 평소 장애에 대한 불편함이 가끔 감지되었지만 긍정과 감사 덕분에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 있었다.
이곳에 목소리 키우기라는 목적을 가지고 온 이상 성과물이 필요했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나는 그 결과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장애란 녀석을 너무 만만하게 보았기 때문이다. 장애는 극복대상이 아니다. 삶이라는 여정에서 가끔 다투더라도 어깨동무해야 할 친구다. 그 사실을 잊고 있었는가 보다. 확인시켜줘서 고마워 친구.
김은주 기자
긍정적이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
사람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솔직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