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어

by 서부 글쓰기모임

생명의 위협을 느껴 본 적 있는가? 전쟁에서나 악당의 소굴에서 또 그와 비슷한 상태에서 우리는 공포를 느끼게 된다. 공포의 불안감에서 안정을 찾는 길은 빨리 그 상황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그러나. 알면서도 그러하지 못할 때는 심적인 불안이 몸을 마비시킨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주변은 어둠에 가려져 있었다. 차량으로 같은 팀인 6인은 한 시간 가량 달렸다. 창 밖에 보이는 불빛들과 풍경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곳이 유명한 관광지 터키이기 전에 곧 국경을 넘어 이라크로 가야 하는 공간이란 불안한 마음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공항에서 수화물도 분실되어 난처하고 황당했다. 찾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관계자 이야기. 처음부터 내키지 않았지만 회사의 인사명령을 무시할 수도 없고 가정의 생계를 위하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 불안 속에 와서 그런지 수화물도 분실하고 수화물 배상보험 금액은 너무 적었다.


일정을 지체한 우리는 이스탄불 시장 근처에서 늦은 저녁을 하기 위해 돌아다녔다. 여행객이 빈번해서인지 호객 행위가 생활화 어 있었다. 우리는 지친 피로를 조금 풀 수 있는 극장식 식당을 찾았다. 터키의 유명한 슐탄 무희들의 무대와 케밥을 메인으로 한 상은 우리 입맛에도 그만이었다. 누가 제안한 위스키는 3배나 비싼 가격이었지만 돌려가며 비워버렸다. 역시 들어올 때 제시한 가격보다 바가지구나 생각도 들었지만 언제 찾아올지 모를 안정된 자유시간이라면 기꺼이 지불하기로 하였다. 이스탄불의 밤, 슐탄 모스크를 바라보니 실감이 조금씩 들었다. 호텔 객실이 다 예약되어 두어 시간 찾아다니다 겨우 머물 수 있었다. 잠이 오지 않아 몇 이서 산책을 나갔다. 해변을 끼고 항구와 공원이 있었는데 늦은 밤이지만 차량과 산책 나온 인파는 많았다. 우리가 본 밤의 풍경은 조용하고 평화스러워 좋았다.


우리는 차량으로 다시 슬로프라는 이라크 국경지대로 갔다. 국경을 통과하는 육로로는 이곳뿐이어서 통과하려는 인파와 물자 운반 트럭들이 끝도 없이 줄지어 있었다. 이곳을 통과하려면 보통 2일에서 1주일 이상도 걸린다고 한다. 우리는 정부 레터를 가져와서 빠른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우리는 다시 호텔에 짐을 풀고 기다려야 했다. 그곳은 전시 상황이라 먹거리가 마땅치 않았다. 현지 인솔자의 빠른 수속으로 우리는 국경을 통과하고 이라크 정부군 차량을 기다렸다. 몇 시간 불안 속에 6대의 차량이 도착했다. 우리는 이라크 주민 의복으로 분장하고 차량에 한 명씩 중무장한 민병대원의 경호를 받으며 바그다드로 출발하였다.


누구라도 불안하고 공포스러운 시간이다. 기도하는 사람. 조용히 눈을 감고 중얼거리는 사람. 안내자의 말로는 반정부군 공격을 받아 희생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한다. 우리는 전쟁터의 중심 속으로 가고 있다. 이 길이 마지막이 될지도, 언제 다시 돌아올지도 장담할 수 없었지만 가족들 부모의 얼굴이 계속 맴돌았다. 심장은 점점 더 뛰고 손발은 굳어져 갔다. 가다 이상 징후가 있으면 차량에서 내려 주변 은폐, 엄폐를 하고 숨어있다 다시 탑승을 반복하였다. 잠시 창밖에 보이는 이라크 땅은 붉었다. 왜 그런지 물으니 기름진 옥토라 무슨 작물이라도 잘 자란다고 한다. 야생에서 자생하는 꽃들도 많았는데 원색에 가까운 아름다움이 잠시 공포를 잊게 해준다. 우리는 몇 시간 후 바그다드에 도착 모슬까지 군용기로 갈지 차량으로 갈지 회의를 하고 있다. 빈번한 반군의 공격으로 희생자가 많아 상황에 따라 선택을 하여야 하는 작전이다.


잠시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민병대 호위로 바그다드 시장을 찾았다. 의외로 주민들은 안정되어 있으나 물자들은 부족해 큰돈을 주고도 못 구하는 물건이 많다. 뉴스에서 접하던 전시상황인 이곳은 의외로 안정적이었다. 우리는 다시 차량으로 한나절을 달려 모슬 지역에 도착했다. 입구를 한참 달리니 장갑차가 우람하게 서있고 군인들은 몸수색과 신분증을 발급해 주었다. 얼마 안 가니 우리나라 외환은행 이라크 지점이 보인다. 모두 반가워했다. 여기서 자국 은행을 보다니. 점점 마음이 안정되어 갔다. 이 캠프는 한국군 자이툰 부대와 제마 부대가 주둔하고 미국 정보국 부대가 같이 파견되어 있는 곳이었다. 한때 가정의 안정을 위하여 이 길을 택한 모두는, 무사히 귀환하기를 바랐다.


우리의 인생이나 사회생활에서 안정된 생활을 하고 싶은 욕망은 모두 같다. 순간의 안정은 우리를 앞으로 나가게 하는 촉매이다.




김세열 기자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표현의 글을 잘 쓰는 사람

남성적인 면이 있고, 도덕적 원칙을 중시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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