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된다는 것

by 서부 글쓰기모임

며칠 전 혼자서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그동안 제주도는 몇 번 갔었다. 그러나 갈 때마다 자폐성 장애인 작은 아들 녀석한테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 보니 제주도의 참 맛을 모르고 다녔다. 떠나기 전, 이번 에는 기필코 제주도가 어떤 곳인지 제대로 맛보고 느껴봐야지 단단히 별렀다. 혼자서 하는 여행은 막연한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겨우 김포공항에 도착했을 뿐인데 공연히 설레고 기분이 들뜨기 시작했다. 공항에서 기다리는 시간조차 달콤하게 느껴졌다. 작은 아들 녀석이랑 기다릴 때는 시달리다 보니 시간이 엄청 길게 느껴져 다시는 제주도에 가지 않으리라 마음먹은 적도 있었다.


한 시간을 멋진 구름 위로 날아 제주도에 도착했다. 제주도에서 먹는 첫 식사는 옥돔구이 정식이었다. 정말 맛있었다. 제주도 특유의 밑반찬들로 구성된 밥상은 그야말로 임금님 수라상이 부럽지 않았다. 내가 원하던 여행이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든든하게 밥을 먹어서 그런지 그다음 갈 곳이 궁금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부터다.


몸이 무겁기 시작했다. 이제 시작인데 피곤함이 온몸을 휘감았다. 다니는 둥 마는 둥 경치 좋은 곳을 찾아 주저앉았다.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졸음이 쏟아졌다. 졸다 보니 다음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다시 내리고들 있었다. 떠나기 전 기대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어디 편한 곳에서 잠이나 실컷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일정을 겨우겨우 마치고 저녁식사를 하는데 입안에 착 달라붙어 나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다.


성게 미역국!


두 눈을 번쩍 뜨게 했다. 아마 전에 왔을 때도 먹었을 것이다. 단지 이번처럼 여유 있게 먹는 것에 집중을 할 수가 없어서 그 맛을 몰랐을 것이다. 성게 미역국은 천근만근 늘어지던 내 몸의 피곤함을 깨끗이 씻어 주었다. 몸이 한 결 가벼워졌다. 그러나 숙소에 오자마자 그냥 곯아떨어졌다.


잠은 잠을 부른다. 아무리 잘 먹고 편하게 다니는데도 차만 타면 졸음이 쏟아졌다. 작은 녀석이랑 다닐 때는 잠시 쉴 새 없이 끌려 다니면서도 피곤한 줄을 몰랐다.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었어도 배도 고프지 않았다. 긴장 해제가 부른 참사인 것 같았다. 그렇게 벼르던 제주도의 참모습을 이번에도 제대로 못 본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번 제주도는 잘 먹고, 잘 자고 좋은 공기를 흠뻑 들이켜고, 내 몸에 꼭 필요한 휴식을 나에게 주었다.




손창명 기자

잘 웃고, 잘 먹는 사람.

속으로만 삐지는 사람.

자연에 순응하는 사람.

인권과 관련된 기사를 누구보다 잘 써 내려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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