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by 서부 글쓰기모임

하얀 메리야스에 굴곡을 선명히 새기며 주루룩~ 흐른다. 짭쪼름한 국물이 마구 떨어진다. 배를 가르고 가운데로 흐르더니 이윽고 전체를 점령해 온다. 팔이 떨어져라 부채질을 해봐도 푹푹 더운 바람에 데일 것 같다. 머리가 몽롱해지고 눈에 증기 기관차가 지나간다. 마침내 신기루가 보이는 건가…. 몸통만 한 통 얼음이 머리에 올라간다. 이윽고 차가운 물줄기가 몸통 굴곡을 타고 흐른다. 더운 방울들과 차가움이 칵테일을 시작한다. 짭조름한 시원한 맛을 낼 때 나는 무언가 하고 있다. 그사이 목덜미를 지키던 노란 수건이 흠뻑 빠져버렸는지 심폐소생을 하여도 깨어나질 않는다.


김장 때나 꺼내던 고무다라에 파이프를 통해 물을 콸콸~ 세제를 푼 것 같은 거품이 꼬리를 물고 탈출한다. 시원한 물이 채워지기도 전에 점프한다. 몸통에는 수돗물인지 땀인지 뒤범벅되어 따가운 햇빛에 잘 절여지고 있었다. 쫄쫄쫄 다가오는 막내가 잘 익은 수박 한쪽을 손에 쥐어주고 사라진다. 덜거덕 대며 선풍기를 고정시키는 맏이는 한심하다는 듯 바람을 일으킨다. 다라에 누워 이글거리는 하늘을 보며 수박씨를 멀리 보낸다. 훅~ 툇~ 맑은 파란 하늘이 베 조각에 물들였는지 고운 얼굴을 펴고 있다. 아~ 좋다. 스르르 기운이 빠지면서 소로록~ 눈꺼풀이 내려온다. 나의 여름휴가는 이렇게 지나간다.




김세열 기자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표현의 글을 잘 쓰는 사람

남성적인 면이 있고, 도덕적 원칙을 중시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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