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 빛 돌담을 휘감고 가지런한 기와가 나그네를 반긴다. 옛 선비들이 그랬으리라. 괴나리봇짐을 뒤로하고 흐르는 땀을 휘휘 털어가며 나무 그늘 찾아 한숨 돌리고 있을 법하다. 기와집 높이가 고개를 들게 하고 있을 법한 고목들은 제자리 잡지 못하고 미송들만 가지를 흔들어 댄다. 한숨 쉬고 나면 주막이라도 보이건만. 고개 너머 아득한 산자락이 컬컬한 목마름을 두리번거리게 한다. 주막이라도 기대했건만 세월을 앞당긴 서양 찻집만 오가는 객들의 담소 거리가 되어 버렸다. 해가 산자락에 넘어가려나 발길을 재촉해야 하는데 발바닥은 땅에 붙어 좀처럼 띄기 힘들다. 어둠이 자리 잡으면 어디서 묵을 꼬.
김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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