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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부 시민기자단 Nov 01. 2019

무인도 섬 조도

1박 2일 속초에서 아이와 캠프를 하며 제일 행복했고 편안했던 1시간이 있었다.

언제 어느 때 어떤 행동을 보일지 모르는 아이와 1박 2일 캠프는 짧은 듯 하지만 나에게는 아주 길고 힘든 시간이기도 했다. 자폐성 장애가 어떤 것인지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데 아이한테 시달리다 보면 이럴 줄 뻔히 알면서 내가 왜 또 참여를 했을까? 하며 후회를 하게 된다.

예상대로 가는 곳마다 아이는 마트와 음료수 자판기에 집착을 했다. 다니는 곳마다 해변에도 산꼭대기에도 어김없이 음료수 자판기는 놓여 있고 아이는 마치 그것을 찾아왔다는 듯 앞장서서 나를 자판기 앞으로 끌고 갔다.

이리저리 끌려 다니며 지칠 무렵 요트를 타는 장소에 도착했다.  

구명조끼를 입지 않으려고 버티는 아이에게 겨우겨우 강제로 입히고 요트를 탔다. 

하늘색을 닮은 9월의 바다는 마냥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요트는 우리를 태우고 유유히 무인도인 조도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한발 한발 다가갔다.

요트에서 뛰면 어떡하나, 갑자기 내리겠다고 하면 어떡하나, 한껏 우려했던 엄마 마음을 알았는지 아이는 해맑은 얼굴로 여전히 엄마를 쳐다보며 행복한 모습이었다.

사람들의 발걸음을 철저히 거부하는 조도는 오로지 새들의 쉼터라고 한다. 그래서 이름도 조도라고 했다. 새들의 배설물로 인해 여기저기 헐벗은 나무가 먼발치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그래도 나무는 꿋꿋하게 푸른 잎을 보이고 크고 작은 바위는 파도에 부딪히며 묵묵히 섬을 지켜주고 있었다. 

바다는 섬을 낳고 섬은 사람을 모은다. 조도는 비록 아주 작은 몸짓이지만 바다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사람들한테는 커다란 삶의 터전이 되고 있었다. 이 세상에서 아무리 하찮은 미물이라도 필요 없는 것은 없다고 했다. 어딘가에는 그 쓰임이 있고 누군가에게는 아주 소중한 안식이 될 수도 있다. 1시간 동안 요트를 타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나한테 장애 자식은? 1시간의 행복은 끝나고 요트에서 내리자마자 아이는 어디론가 나를 다시 끌고 가기 시작했다.      




손창명 기자         


잘 웃고, 잘 먹는 사람.          

속으로만 삐지는 사람.          

자연에 순응하는 사람.          

인권과 관련된 기사를 누구보다 잘 써 내려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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