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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부 시민기자단 Apr 29. 2021

생각이 미래가 된다

 살다보면 참 많은 일들을 겪게 된다. 그 중엔 기쁨을 주는 일도 있고, 분노를 일으키게 만드는 일도 있으며, 슬픔을 주는 일과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 희로애락 가운데 성장하고 자신을 다져가며 추억을 만들어 가는 게 인생이다.     


 많은 일들 중에서 삶에서 가장 고통스럽게 다가왔던 일이 비장애인으로 살다가 순간에 장애인이 되던 때였다. 처음엔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현실로 다가왔다. 중도장애인이 된 다른 사람들도 많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뇌전증장애인으로 살아가면서 어쩌면 반반치킨이나 짬짜면 같은 취급을 많이 받아왔다. 서로 다르게 처한 신체환경 속에서 입장이 다른 장애와 비장애의 중간에 놓인 지금의 내가 겪게 될 수밖에 없는 고충 중에 한 가지다. 장애인들의 시각에선 비장애인에 가깝고, 비장애인 측에선 장애인으로 볼 수밖에 없었으니까.    

 

 정말 가끔씩 뇌전증 증상을 겪는 이들은 자신의 일터에서 장애를 숨기고 비장애인처럼 살다가 후에 알려지면서 일을 그만두게 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난 작은 증상들이 달마다 여러 번 오기에 취업이 쉽지 않았고, 그렇게 일자리가 없을 땐 나름 자기계발을 해보려 노력했다. 장애가 일하는 데는 그리 어렵게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잘 모르는 남들은 그리 생각 못했기 때문에 원하는 일을 하는 게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일은 다른 장애인들 속에서 이해되거나 잘 어울리지 못했던 점이다. 휠체어에 의존하는 지체장애인, 심지어 뇌병변장애인들 끼리도 잘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대인관계에 있어 내 자신도 소심했었다.     


 나 또한 처음엔 다른 장애를 가진 장애인들에 대한 이해나 관심이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회의 장애인을 보는 시선은 냉혹하기만 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들 하지만 여전히 장애와 나이의 벽은 높기만 하다. 그 벽을 뛰어넘어 보자고 생각하고 노력해서 얻어낸 사회복지사 자격증과 행정전문학사 졸업장, 컴퓨터 ITQ 자격증들도 지금은 그저 종이조각에 불과하게 여겨지는 듯하다.      


 물론 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인간승리를 하는 장애인도 더러 있지만 현실의 난 불투명한 안개 속의 미래에 있었다. 긍정의 끈을 놓아 버린다면 조금 앞도 내다보기 막막한 세상에 살아가야 한다. 세상 사람들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보기보단 모두를 그저 동일한 인간으로만 보고 인권을 먼저 생각함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상에 굽히지 않고 현실을 넘어설 힘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주변 환경도 달리 보일 수 있고, 자신의 미래를 보는 시야를 넓혀주리라 생각한다. 남의 조언도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내 굳은 의지와 생각이 자신의 미래가 되어 앞날을 밝혀주는 등불이 될 수 있으니까.




김석인 기자     


조심스럽지만 할 말은 하는 사람          

전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          

사회에 진한 애정이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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