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기 위해 시내에 나간 적 있다. 마침 광화문광장에서 많은 장애인이 모여 시위를 하고 있었다. 이를 본 친구가 묻는다. “그런데 장애인들은 매일 뭐를 해달라고 저렇게 모이는 거야” 모르는 척 지나치려고 하는데 그 친구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이 되어 선뜻 대답도 못하고 “그러게” 하며 얼버무리고 말았다.
평소에 장애자식을 키우며 늘 버겁게 살아온 나를 잘 아는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질문을 하는 친구가 아주 멀게 느껴졌다. 지금 이 열악한 사회 환경에서 장애인당사자와 그 가족이 얼마나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야 하는지, 내가 아무리 떠들어도 그 친구는 진정성 있게 들어 줄 것 같지 않았다. 하물며 장애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은 어떻겠는가?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몇 년을 피킷을 들고 국가 책임제를 외치고 있지만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
옛 말에 경험이 선생이라 했다. 직접 겪어봐야 달고 쓴맛을 알 수 있다.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의 삶을 돌아보고 그 삶을 존중하며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우리 사회가 같이 가자는 의미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의 공간에서 조차 적당한 장애인을 요구한다. 누군가는 그런다. 비장애인이 있는 곳에서 차별보다 장애인공간에서 차별이 더 힘들고 상처가 아프단다.
다시 한번 외쳐 본다.
발달장애인국가 책임제!
꼭 조속히 시행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손창명 기자
잘 웃고, 잘 먹는 사람.
속으로만 삐지는 사람.
자연에 순응하는 사람.
인권과 관련된 기사를 누구보다 잘 써 내려가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