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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부 시민기자단 Dec 27. 2021

도심탈출

신장장애당사자의 여행

 답답한 도시에서 다 벗어 버리고 싶다. 억눌린 스트레스가 오래 가슴을 누르고 풀어지질 않는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병이 된다 하던데” 이제는 코로나 19까지 겹쳐 “집콕”이 최선인 듯 싶다. 많은 사람이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것 같지만 확진자 숫자는 점점 늘어만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몰래몰래 어기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국민 보건을 위하여 자제해야 한다. 모두를 위해서라지만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어 그 결과는 감염 수치로 매일 갱신된다. 꽃이 만발하는 봄의 중턱, 곧 여름이 닥쳐와 피서지를 찾을 시기다. 여느 때라면 봄맞이 꽃구경과 더불어 봄의 축제가 한창일 시기인데, 코로나19로 취소되는 아쉬움이 크게 느껴진다. 그나마 도심 속에 잠시 일상을 잊고 힐링하며 웃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아쉬움이 크다. 그 기간이 길어지면서 가슴이 답답하여 스트레스에 일상에서 떠난 여행으로 마음을 풀기로 생각하고 이것저것 가방을 챙겨 역으로 향했다.


  이틀에 한 번 투석 치료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해외여행은 엄두도 못내고, 국내 여러 병원에 문의해 보았다. 1회 투석치료는 받아 주지 않고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그간 경험에 의하면 국내 여행은 왕복 교통비용과 숙박비용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여행으로 보고 배우고 얻어오는 결과물이 그보다 크다면 결코 아깝지 않고 당연히 지불해야 하는 기쁨이다. 그러나 과거 경험으로 보아, 여행 중 숙박을 계획하는 것보다 당일치기를 선호하게 된다. 그런 여행은 참맛을 느낄 수가 없다. 여행자의 욕심은 기왕이면 전국을 다 돌아보고 싶고 기왕 떠나 지역을 연계해서 여행하면 비용도 크게 절감 될 것 같다. 그리고 많은 체험으로 얻는 결과 또한 크리라 생각된다. 주 3회 투석치료를 하는 입장에서 꿈같은 이야기이다. 여러 번 지방 병원을 의뢰해 보지만 결국 포기하고 만다. 전국적 400여 곳에 인공 신장실을 운영하는 병원이 있지만 모두 결과는 거절이다. 투석을 요하는 인구가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 거절이유가 “인원이 다 차서 여분이 없다”, “1회용 치료는 받을 수가 없다”로 진정성을 믿기 어려운 답변이다. 결국 나의 여행 조건은 최대 1박2일 아니면 당일치기 인생이 되어 버린 것이다. 몸 상태로 보아 성수기 보다 비수기를, 주말보다 평일을 선호한다. 서로 피해주지 않고 편안한 여행을 바라는 이유이다. 고심 끝에 강릉 여행으로 정했다. 여러 번 여행하여서 익숙하고, 단기 1박2일 이나 당일치기로 알맞은 거리이다.

      

  실제 마음은 장소가 어디가 되었든, 탁 트인 평야와 시원한 바다를 보아야 묵었던 스트레스가 다소 해소될 것 같다. 건강을 잃으면 아무것도 자유스러운 것이 없다. 그래도 시야가 뻥 뚫린 바다를 보고 싶은 것이 본능 아닐까? 좁은 거주지에서 병원, 집, 병원, 집... 시계추 같이 세월만 덧없이 흘러가는 생활이 한심하기만 하다. 직업을 갖으려 해도 투석 치료를 피해 입장을 고려해 줄 일자리를 찾기 힘들다. 자영업이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처지도 못된다. 설령 취업을 해도 비장애인의 30%도 감당할 수 없는 체력으로 적응이 쉽지가 않다.      

  어느덧 나이도 들고, 병환으로 경력도 단절됐다. 그래도 일상 복귀를 위해 자격증이나 신기술 습득도 가능한 다 노력해 보지만 역시 무리가 많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최상의 노력을 하며 생활하려고 하지만, 환경이 편치 않으니 더욱 마음에 스트레스는 쌓여져간다. 그래도 넓은 바다를 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안정을 찾을 것 같아. 무리해서라도 일단 떠나 보기로 한다. 언제나 여행은 즐겁고 새롭다. 모르는 세상을 배우고, 체험해서 얻는 경험은 새롭기만 하고 여러 곳의 사는 재미는 오래 추억으로 남는다.      

 일상생활에서 휴식과 휴가는 꼭 필요하다. 휴식의 개념에서 재충전과 소통을 통해 얻는 기쁨은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 주고, 다시 자신의 일상을 회복하고 발전시키는데 커다란 에너지로 작용한다. 자익을 위한 목적만 두지 말고, 서로의 공동 발전을 위한 마음을 갖는 우리 국민이기를 바라고 싶다. 




김세열 기자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표현의 글을 잘 쓰는 사람               

도덕적 원칙을 중시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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