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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부 시민기자단 Dec 27. 2021

내가 마주하는 폭력

LH공공주택은 엘사, 빌라는 빌거지, 살고 있는 집이 아파트가 아니면 집의 가치를 크게 생각을 안 한다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1970년대, 80년대에 초중고를 다녔던 사람들은 대부분이 가정조사서를 써봤을 것이다. 가정조사서 내용은 주로 엄마가 있는지, 아빠가 있는지, 거주하는 집이 자가인지, 전세인지, 월세인지, 방은 몇 개인지 가전제품은 어떤 것 들이 있는지, 부모님의 직업은 무엇인지와 같이 웃지 못 할, 주위친구들한테는 결코 밝히기 싫은 내용들이었다. 그러나 그런 시간들은 성인이 되면서 그런 게 뭐가 그리 창피하다고 숨겼는지 성숙한 어른이 되어 서로 만나면 추억처럼 이야기 한다.    

  

 지금은 아파트 평수로, 또는 건물로 한 사람의 모든 걸 평가한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모든 게 수치로 평가된다. 아파트는 몇 평이고 얼마인지, 건물은 몇 평에 몇 층인지, 모든 물건에는 가격이 붙고 가격이 높을수록 높은 평가를 받고, 사람조차 몇 평의 집을 소유하고 있는지, 시험점수는 어떤지. 아주 많은 것들이 수치로 평가된다.     


 그런 사회가 된 것에 대해 잘못되었다거나 자본주의사회에서는 당연하다거나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누군가는 당연하게 또 누구는 불합리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이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폭력, 사회적 현상으로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     


     소중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만약에 사람에 대한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인공지능이 있어서 노래하면 점수가 나오는 노래방 기계처럼 사람이 들어갔을 때 그 사람의 가치를 점수로 나오게 한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지금 우리는 수치의 폭력에 휘둘리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문제는 삶의 가치, 행복의 가치가 무너지고 수치 싸움 중심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누가 누구한테가 아닌 무차별 폭력의 사회가 된다는 점이다. 물론 행복과 불행은 관념적이라서 그때그때 다를 수가 있다. 분명한 사실은 이러한 사회는 서로가 폭력의 가해자이며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결코 그 누구도 행복할 수 없는 사회, 이러한 사회를 차단시킬 수 있는 각자의 의식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한 때다.     


 한편, 내가 가장 자주 마주하는 폭력은 발달장애인의 폭력이다. 대부분이 그들이 이용하는 기관이나 센터, 그리고 그들이 살고 있는 가정에서 발생된다. 발달장애인끼리 시비가 붙거나, 담당 직원과 부딪히며 생겨나는 폭력, 가정에서 보호자로부터의 폭력, 그러면서 피해자와 가해자로 나누어진다. 그러나 과연 피해자, 가해자로 나누어질 상황인가?어찌보면 모두가 피해자다. 발달장애인이 생활하는 공간, 지원인력, 그들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 시스템과 구조의 문제점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발달장애인 인권을 말할 때 발달장애인 폭력의 대부분은 가정에서 이루어진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하게 그렇게 말을 한다는 것은 발달장애인의 보호자한테는 아주 큰 상처가 되고 보호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다. 대부분의 발달장애인은 보호자한테 많은 요구를 한다. 특히 발달장애인한테 엄마란 존재는 세상의 전부다. 엄마를 보는 순간 참았던 요구들이 쏟아진다. 느닷없이 편의점으로 뛰어들고, 엄마만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먹고 싶고, 사고 싶고, 하고 싶었던 것들을 온몸과 표정으로 이야기 한다. 가정에는 그들이 좋아하는 물건들이 아주 많다. 특히 집착을 하거나 호기심이 많은 물건들을 그냥 지나치지를 못한다. 그러면서 부딪히고 안 좋은 장면도 연출이 되는 것이다.     


 적어도 발달장애인 인권을 이야기 하는 사람이라면 발달장애인과 보호자를 분리하는 방법을 논해야 한다. 발달장애인이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를 이야기해야 한다. 발달장애인을 때린 담당직원을 탓할 게 아니라 발달장애인이 사회생활하는 공간과 시스템을 둘러보고 적극적인 개선에 힘써야 할 것이다. 발달장애인끼리 시비가 붙으면 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파악해서 만족할 만큼 충분한 지원을 해야 한다.      


 발달장애인 공간에서는 피해자도 가해자도 없다. 모두가 피해자인 것이다. 국가가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들의 부딪힘이 발생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손창명 기자      


잘 웃고, 잘 먹는 사람.          

속으로만 삐지는 사람.          

자연에 순응하는 사람.          

인권과 관련된 기사를 누구보다 잘 써 내려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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