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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부 시민기자단 Dec 28. 2021

보편화된 키오스크 시대,
소외된 장애인

지금이야 활동 지원을 받아, 일상생활에 큰 불편은 없다. 

독립 전, 거주시설에서 지낼 때에는 흔한 영화 관람을 할 때도 개인적으로 자원봉사자를 구해야 했다. 자원봉사자는 대부분 봉사하려고 왔다가 서로 친해지면 친구가 되었다. 어떤 날은 봉사자를 못 구해서 나 혼자서 지하철 타고 영화 관람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혼자서 갈 때는 사전 조사가 필수다. 비나 눈이 오면 거의 갈 수 없게 되지만, 그런 날에도 가끔은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해 가기도 했다. 상영시간표는 이틀 전부터 시간 체크해야 불편 없이 관람을 할 수가 있었다. 제일 중요한 것이 있는데 타인과의 소통이다. 일단 영화관에는 사람들이 많아, 영화관의 안내직원과 천천히 소통하는 건 불가능하다. 사전에 사람들에게 보고 싶은 영화 제목, 상영 시간, ‘지갑은 휠체어 뒤, 가방에 있어요.’라는 내용을 메모지에 적고 잘 보이는 곳에 붙였다. 안내인이 그 내용을 읽고 표와 자리도 배치해주면 마지막으로 집에 오는 건 내 몫이다. 이런 외출도 이제는 어렵게 되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로는 사람들 간의 대면이 어려워 이와 같은 아날로그 방식이 사라지고 있다.     


어느 매체에서 "키오스크(kiosque, 무인단말기), 장애 유형에 따른 접근성 보장해야"라는 글을 읽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우리 생활 환경을 많이 변화시켰고, 그 중 하나로 비대면 소비문화가 확산되었다. 어느덧 공공장소에 설치된 무인 주문을 도와주는 키오스크란 신규 서비스가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무인매장이 늘어 영화관, 편의점, 마트도 스스로 주문하고 물건을 받는 시스템으로 넘어가고 있다. 물론 무인화는 편리하며 메뉴를 선택할 때면 불이익을 받지 않아도 되는 좋은 시스템이다. 하지만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키오스크는 휠체어 장애인에게는 또 다른 큰 벽이 생긴 느낌이다. 특히 나와 같은 최중증 장애인은 무인 시스템을 혼자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장애 유형마다 접근 방식이 달라 무인 셀프 방식이 편한 장애인도 있다. 예를 들어 손이 자유로운 휠체어 탄 장애인은 키오스크의 높이를 낮춘다면 직접 이용이 가능하다. 요즘은 유니버설디자인 시대이고 보편적인 사회 속에 혼자서 무언가를 이용할 수가 없다면 공공장소에 설치된 터치스크린 방식은 또 하나의 차별이다. 그건 나 혼자, 영화를 볼 수 없다는 말이다.  




김삼식 기자             

호기심과 물음이 많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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