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부 시민기자단 Dec 28. 2021

엄청난 행운아가 나야 나


 ‘슬기로운 의사생활’드라마에서 귀에 익은 병명이 튀어나왔다. ‘동맥류’, 그것이 내 병명이다. 나는 그것으로 인해 뇌출혈을 맞아야 했다. 그 드라마에서 알게 된 사실이다. “1/3은 병원 오다가 죽고 1/3은 병원 와서 죽고 1/3은 생존하되 약간의 불편함이 남는다”고 한다.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는 내 몫이 아니었다. 난 무의식상태였기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   

   

 난 살아있다. 죽은 이들과 함께 있지 않고 당당히 살아있다. 그 전과는 달라졌다. 보조기를 착용해야 했고 보호자가 동행해야 했다. 이런 불편한 나를 살린 이유가 궁금했다.  

    

 분명히 있을 터였다. 나를 죽음의 문턱에서 끌어올린 까닭이.  그래서 열심히 찾고 있는 중이다. 몸을 사리는 편은 아니지만 소중히 여기려 노력한다.      


 누구나 지향점을 가지고 살아가고 그에 따른 방법을 찾으려 애쓰듯 나도 비록 제자리걸음일 때가 많지만 물속의 오리발처럼 나아가려 부단히 움직이고 있다. 그것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부질없어 보일지라도 상관없다. 난 이미 내가 엄청난 행운아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기에.      


 분명히 신은 내 일을 남겨두셨다. 꼭 나여야 한다. 혹 그 일이 죽음과 접해 있을지라도 겁내지 않으련다. 임무 완수하고 돌아가기에. 




김은주 기자   


긍정적이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               

사람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솔직한 사람

매거진의 이전글 보편화된 키오스크 시대, 소외된 장애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