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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부 시민기자단 Jun 07. 2022

동네 병원

동네 병원은 가까이 있고 경증의 병을 치료할 시스템을 갖춘 곳이다. 난 늘 그렇듯이 어디를 갈 땐 그 장소에 계단이 없어야 하고 턱이 있어도 경사로가 설치된 곳으로 찾아가야 한다. 목적지가 2층 이상이라면 엘리베이터는 필수다. 동네병원은 규모도 작고 의료진도 2명~3명 정도밖에 없으며 진료한 후 심한 증상이라면 큰 병원으로 전환도 시켜준다. 그런데 가끔 의료진은 ''어떻게 검사를 할까요?''라고 아픈 나에게 묻는다.


얼마 전에 눈이 안 좋아, 필수적인 조건만 맞는 동네 안과에 찾아갔다. 그러나 시설 안에 규모도 작으며 검사할 수 있는 시스템도 비장애인만의 기준으로 되어 있었다. 그 안과 의사 선생님도 역시나 ''어떻게 검사를 할까요? 시력 검사한 적이 있나요?'' 나에게 물어봤다. 안구 검사를 하는 첫 관문부터 '괜히 왔나?' 싶었다. 검사 기계는 의사 선생님과 사람 2명밖에 들어갈 수 있는 좁은 방에 있었다. 나는 발로 운전하기에 전동 휠체어 앞. 뒤가 길어 웬만한 공간에 여유가 있지 않으면 못 들어간다. 그 방에 그야말로 억지로 사람들의 도움받아, 휠체어에 탄 채, 몸과 턱(얼굴)까지도 옆으로 돌려 검사를 받았다. 속으로는 힘들었고 짜증도 났었지만, 병원에 온 김에 다른 검사마저도 받기로 했다.

두 번째 관문에는 휠체어 아닌. 일반 의자에 앉아 검사를 받아야 했다. 내게 익숙한 전동 휠체어가 있어야만 그나마 스스로 몸 중심을 잡을 수가 있는데 휠체어를 탄 채로는 그 기계를 정면으로 볼 수 없다. 나에겐 일반 의자에 앉아 검사를 받는 건 신체 일부분을 떼어놓고 검사하는 거다. 어쨌든 활동지원사의 도움으로 검사를 마쳤고 다행히 눈이 건조할 뿐. 별문제가 없었다. 동네 병원의 환경상 공간이 좁고 의료진도 부족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비장애인만의 틀 안으로 장애인에게 끼워 넣는 게 불편함을 더 주는 것만 같았다.


휠체어를 탄 채로 정면을 볼 수 없다면 높이 조절되는 탁자에 기계(OCT)를 둔 병원에는 장애인이 별 불편 없이 휠체어를 탄 채. 검사받을 수 있지 않을까? 큰 질병 때문에 대형병원에서 검사받지 않는 이상. 난 동네 병원으로 가야만 된다.




김삼식 기자             


호기심과 물음이 많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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