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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부 시민기자단 Jun 07. 2022

말의 무게

삭발에는 여러 가지의 의미가 있다.

이번 장애인 단체의 지하철 삭발 릴레이를 한 이유는 '무엇을 이룰 수가 없어 또다시 해보자.' 이런 의미도 있을 것 같다.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은 피해를 봤을 때 마음의 상처와 불안,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어떤 행동이 나에게 피해가 없다면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하지만 멀리 있는 사람이 지나친 행동을 한다면 한두 번은 관심을 두고 본다. 단, 그 지나친 행동이 이쯤이면 된다고 생각이 들면 자신도 피해를 받는 것처럼 견해를 내놓는다. 최근 이와 같은 일이 장애인 이동권을 위한 지하철 시위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국민의힘 대표는 SNS에 장애인의 이동권 시위가 비문명적이라고 모든 국민에게 말하고 있었다. 게다가 장애인 이동권 문제 해결에 대한 어떠한 솔루션도 없이 비장애인에게 집단 선동하는 것처럼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지금 무엇을 하면 좋을까?

굳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출근길에 지하철 타기 충돌을 벌이고 있다. 비장애인들은 이쯤이면 되었다고 말하며 장애인들은 이제 제발 정부에서 약속을 지키라고 말하고 있다. 비장애인은 빨리 출근해서 일을 해야 한다고 울고, 장애인도 빨리 출근하여 밥 먹고 살아야 하는데 목숨이 2개 3개가 아님에도 리프트를 타야 하는 현실에 울고 있다.

나도 사실은 '출근길 지하철 타기' 시위는 부적절하단 생각도 있었다.

만약 나도 항상 은평구에서 경기도로 출퇴근한다면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할 거다. 하지만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눈을 뜨는 거다. 모든 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활동 지원사가 있어야 하며 날씨에 따른 교통수단을 선택해야 한다.


시외의 장애인 리프트 버스는 개인적으로도 싫지만, 또는 버스의 안에도 좁다.

노선도 볼 수가 없으며 저상버스가 올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한다. 또한 도착해도 휠체어 리프트를 꺼내야 하지만 어떤 기사님은 사용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 시간이 조마조마한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할 때, 전날에 예약해야지 경기도 택시가 시간에 맞춰 올 수가 있다. 장애인 콜택시 차량의 수는 지역마다 달라서 미리 예약을 해야만 그 지역에서 운행되는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지하철은 교통상황과 상관없이 시간도 정확하고 빠른 교통수단이지만, 전쟁터 속 같은 출근길 지하철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출근길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로 가는 출근길조차 힘이 드는데 나는 일을 해서 나 자신을 먹여 살릴 수 있을까? 직장이 멀리 있는 장애인은 보통 일상생활과 회사 생활을 동시에 하는 활동 지원사도 있다. 하지만 집이 멀어 저녁까지 근무를 못 하는 지원사도 있어 두 명의 파트타임을 할 수 있는 활동 지원사도 필요하다. 현재 장애인들이 하는 '출근길 지하철 타기' 이동권 시위에 대해 비장애인이 잘 이해하도록 자세한 설명 및 대책 없이 공감 또는 비판만 하니까 정보가 부족한 비장인들 입장에서는 그 당 대표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비장애인이 꼭! 알아야 한다.

장애인 시위는 이동권 보장만 말하는 게 아니다. 최중증 지체&발달장애인을 지원할 수 있는 보조 인력과 장애 학생 교육지원 등도 포함되어 있다. 여러 복합적인 문제를 하나로만 보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비장애인들도 정확히 알아야 '장애' 이해를 할 수  있다.

2022년 4월 5일, 나에게 한 비장애인이 지하철 하차한 후 지나가면서 “소수자들이 이해해야지” 이렇게 말했다. 대체 소수자들이 무엇을 이해해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비장애인에게 처음으로 공포감을 느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란 말도 자신의 위치나 무게감을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에게나 해당하는 말이다.





김삼식 기자             


호기심과 물음이 많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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