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가을, 그리고 장애

by 서부 글쓰기모임

최악의 추석이었다.

여느 추석 때 같았으면 명절 음식 해서 먹고 추석 당일 날에는 고향에 갔다. 올해도 변함없이 집에서 명절 음식을 했다. 그러나 고향에는 못 갔다.

허한 마음은 송편소를 아무리 꾹꾹 눌러 빚어도 채워지지가 않았다.


추석 때 고향은 유난히 향기가 짙어서 내려가는 차 안에서도 흥얼거리게 했다.

뜨거웠던 여름을 거둬들이며 들녘의 푸르름은 서서히 저물어가고, 밤새 이슬 맞으며 묵묵히 밭둑을 지키던 잡초들은 부지런한 엄마의 발소리에 놀라 후두둑거리고, 늙은 허수아비는 오지 않는 참새를 기다리며 훠이훠이 헛 손짓에 놀란 벼가 고개를 숙인다.

처마 밑의 제비들은 다 자란 새끼들을 위해 더 이상 먹이를 잡아오지 않고, 새벽이면 수다스럽게 떠날 채비를 했다.

그렇게 고향은 향기로 가득 차 있고 명절이면 그 향기는 더욱 짙어져서 서울 살이 30여 년의 한기를 막아주었다.


사람답게 살게 해주어야 하는데.....


자폐성 장애로 태어나 예쁜 짓을 해도 살아가기 힘든 세상인데 미운 짓을 골라하는 작은 아들의 삶을 어떻게 해서든지 바꿔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은 늘 꿈틀거렸다. 아들은 지난번에 아프고 나서 더 예민해졌다. 이번 추석 연휴는 좀 길었다. 이때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아 이참에 아들한테 맞는 약을 찾아보기로 했다. 분명 아들의 미운 짓 들을 예쁘게 바꿔줄 약은 있을 거야!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믿음은 또다시 정신과 약과 전쟁을 치르게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정신과 약을 먹이고 안 맞으면 다른 약으로 바꾸고, 또 바꾸고, 아들은 약에 따라서 때로는 약의 양에 따라서 웃었다, 소리 지르다, 물건을 던지다, 잠을 자다, 널뛰듯 날뛰는 감정을 붙들지도 못하고 힘들어했다. 분명 있을 거야! 고향의 향기 같은 약은 있을 거야! 자폐성 장애로 살아온 아들의 29년의 막막함을 풀어주는 고향의 풀내음 가득한 시간들이 꼭 있을 거야!


내년 추석에는 예쁜 아들을 데리고 고향에 꼭 갈 것이다.

고향의 밭둑에 앉아 새벽이슬에 발 담그고, 말갛게 떠오르는 해를 바라볼 것이다.

그러기 위해 또다시 정신과 병원을 찾아야 했다.




손창명 기자

잘 웃고, 잘 먹는 사람.

속으로만삐지는 사람.

자연에 순응하는 사람.

인권과 관련된 기사를 누구보다 잘 써 내려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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