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보다 더 심한 장애인도 있더라”
이 말은 친정어머님이 장애자식을 키우며 힘들어 할까봐 딸인 나한테 나름 위로해 주신다고 하시던 말씀이다. 장애가 뭔지도 모르고 사시던 분이 장애인이 나오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늘 관심있게 보셨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어머님의 마음을 너무도 잘 알기에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려왔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누군가의 삶이 나의 행복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행복은 비교 불가한 것이라고 늘 생각하기 때문이다.
근데 요즘 나를 참 외롭게 하는 말이 있다.
“지하가 조금만 더 좋았으면...“
지하가 심한 장애라는 이유로 여기저기 배제당하는 모습을 보며 주위사람들이 위로처럼 해주는 말이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왜? 어때서? 라고 외치고 싶다. 그 말은 마치 ‘지금의 모습으로는 지하가 배제 당하는 게 당연하다’ 라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사회 시스템을 잘 알고, 그럴 수밖에 없는 기관들의 입장을 많이 들어왔고, 그렇게 밖에 설명할 수 없는 그들을 이해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의 설자리를 마련해줄 수는 없는 건지 다시 물을 수밖에 없는 나와 내 아이의 절실함 앞에서 그 어떤 말도 위로는 안 된다. 그래도 나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위로해주려고 하는 이들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그러기에 나의 외로움은 반항할 수가 없다.
손창명 기자
잘 웃고, 잘 먹는 사람
속으로만 삐지는 사람
자연에 순응하는 사람
인권과 관련된 기사를 누구보다 잘 써 내려가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