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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부 시민기자단 Oct 25. 2022

몇 자 적어봅니다

아이 유치원 보낼 때에 기억을 떠올려본다. 공립 유치원을 졸업을 하고 사립 통합유치원 다닐 때 일이다. 유치원은 옥수역에 있고 구파발역에서 26분을 타고 가야 한다. 그때는 토요일도 등원을 할 때다. 비장애아이 죽이고 싶은 일곱 살이라 말한다. 자폐 아이 일곱 살이면 어떤 표현이 적절할까?


이 나이의 아이는 착석도 되지 않았고 잠시 잠깐을 가만히 있지 않고 부산스럽게 몸을 움직일 때였다. 전철 안 좌석을 밟고 일어서거나 옆 사람의 옷이나 머리를 잡아당기고 괴성까지 지르는 등 정말 고통스럽고 지옥 같은 등굣길의 연속이었다. 전철 안 승객들은 불만을 털어놓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아이와 나를 바라보았다     

“아이가 장애면 어미가 알아서 행동해야지”  

   

바쁜 아침 출근 시간에 장애아를 데리고 나와 남에게 피해를 입힌다고 흉을 보며 나(어미) 들으라고 수군거렸다. 아이가 유치원 가는 길이라고 설명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저 미안하고 죄송하단 말밖에는 할 수 없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를 못 움직이게 하고 누가 뭐라 하면 미안한 마음과 내 설움에 눈물만 흘렸다. 아이가 심하게 움직여 궁여지책으로 포대기로 싸서 업고 다녔다.     


유치원을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아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원당역에서 탑승하는 여성 두 분이 있었는데 교통약자석에 앉아 있다가 우리 모자가 탑승하면 자리를 양보해 주셨다(정말 고마운 분들이다). 그렇게 전철 안 사람을 사귀게 되고 아이에 장애도 이해해주었다. 어미가 애쓴다고 다독이는 분들도 있었다.    

 

난 가끔씩 보험회사에 다니던 두 여성분을 생각한다. 그때 그분들이 아니었으면 우리 아이가 옥수 유치원을 잘 다닐 수 있었을까?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싶다.     


장애를 잘 이해를 못 할 뿐이지 나쁜 사람은 없노라고.




송명자 기자


써 내려갈 이야기가 많은 사람

담담하고 담대하게 풀어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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