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남쪽으로부터 태풍이 올라온다. 과거 “매미”가 흩고 지나간 것 이상으로 상상도 못 할 역대급 태풍이 폭우를 동반한 채 빠르게 북상하고 있어 연일 법석들이다.
장마와 폭염을 피해 몇년만에 이 바다 정동진에 왔다. 좋았던 추억을 되살려 기꺼이 인생에 더 남겨 볼까 하고 지갑을 열어 큰맘 먹고 여행 스케즐에 따라 예약을 잡았다. 웹 사이트 검색해 모텔을 잡았고 선불로 숙박비를 결제했다. 여느 땐, 정동진역 주변에서 2만원 짜리 호객행위 하는 곳을 이용하였겠지만, 이제는 쉽게 오기 힘들것이라는 생각에 분위기에 맞는 중급 모텔을 선택했다. 휴가철이나 더위가 가시지 않았더라면 뷰가 좋은 “쿠르즈 리조트”에 꼭 한번 묵고 싶었다. 그러나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내게는 목적에 비해 사치인 것 같아 선득 선택할 수 없었다. 바쁘게 일정을 하나하나 짜 본다. 글쓰기 구상과 촬영, 힐링 모두 욕심 같이 해치우고 돌아오리라 결심을 하고, 다짐 또 다짐했다.
첫날부터 알차게 일정을 소화했다. 역에서부터 해안선을 따라오면서 마구 셔터를 눌러 촬영하면서 풍광을 모았다. 모래시계 공원에 도착해 거기서도 잠시 머물렀다. 근처에 예약한 모텔이 있었고, 몽땅 챙겨 온 배낭 짐이 너무 무거워 짐부터 풀고 나오기로 했다.
과거에도 여행지마다 호객행위와 바가지요금으로 당일치기를 선호한 지 오래지만, 또 마찬가지로
이미 바가지 요금을 치룬 것이었다. 1박에 5만원, 주말 끼고 12만원 이상인데, 깍아서 2박에 10만원에 해준다는 주인장의 말을 믿었다. 숙소에 도착해 보니 근처 더 전망 좋은 모텔들이 간판에 3만원으로 고정 홍보를 하고 있었다.
“우와~ ”
기분이 시작도 하기 전에 잡쳐 버렸다. “ 뭐하러 예약했던가 싶다 ” 객실 역시 여관 수준의 노후되고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이미 계산을 치룬것 , 더이상 기분 잡치지 않기를 바라며, 그냥 짐을 정리하고 모래시계 공원과 바다를 산책하며 풍경을 촬영했다.
내일 밝은 날, 수중 촬영할 포인트도 정해 보고, 이미 어두워져 편의점에서 간식거리를 사고 돌아왔다.
해변가 식당에서 신선한 회 한상 차려 놓고 소주 한잔하고 싶지만, 바닷가가 더 싸지는 않다. 항상 염려되는 문제지만, 우리나라 여행지 바가지는 정말 문제다. 한번쯤은 들뜬 기분에 젖어 팔아 줄지는 몰라도 두 번 다시 그런 집은 가지 않으리라. 외국인도 많이 찾아오는 유명지마다 나쁜 인상이 오래가지 않을까 걱정된다. 여행지의 목적에 걸맞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면 비용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과대 홍보로 기대에 찬, 여행객에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란 인상을 남겨서야 되겠나 싶다. 당장 눈앞에 수입을 위해 지역이 욕먹는 일은 절대 사양해야 할 일이다. 일출을 맞이하는 시작으로, 촬영과 사진을 찍으며 해변을 누볐다. 전에 가지 않았던 곳도 보게 되고 좀 더 지역을 알 수 있어 좋았다. 뉴스에서는 태풍이 올라온다고 대비하란 방송이 계속 나와 불안하게 한다. 장마,폭염 기간을 피해, 이제 날 잡고 왔는데, 또 태풍이라니. 올해는 날씨가 모두에게 도움을 안 주는 것 같다.
이른 아침 방송 예배를 마치고, 일정을 마무리하며 역으로 가려했는데, 창밖에는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잠시 오다 그칠 비가 아니었다. 비상으로 우비도 챙겨 왔지만, 커다란 배낭 때문에 적합하지 않을 것 같다. 다시 근처 편의점을 찾아 우산을 또 구매했다. ”이거 집에 무지 많이 있는데, 또 사야하다니..“많은 비에 어쩔 수 없이 또 구입해야만 했다.
역에 도착해 남은 몇 시간이 남아서 카페에서 기다리며 여행 후기를 정리하기로 생각했다. 어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3200원 이었는데, 에어컨이 시원치 않아 불편해 일찍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근처에 더 싸고 전망 좋은 곳을 찾아 올라갔다. 대부분 카페들은 오픈 시간이 10시라는 푯말을 걸어 놓고
10시 40분이 넘어가는데 문을 열지 않았다. 그래서 2층 통유리가 있는 이름 없는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생각하고 올라갔다. 인테리어에 그다지 투자를 안 한 카페인 것 같다. 마치 신축 공사장 건물 같은 분위기다. 2층이라고 적혀 있어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올라가는데 3층 반 정도 되는 계단이어서 배낭이 무거워
도중에 다시 갈까 생각도 들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영수증을 보니 5000원이었다. 너무했다 싶었지만, 유명세라 싶어 , 후회해도 소용없지 싶다.차라리 어제 갔던 카페에 가서 편하게 마실걸 ...
하기야 해변 카페는 아메리카노 한잔에 12000원 받는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면, 기꺼이 지불하겠지만...
” 충분히 팍팍 쓰지 못할 여행은 가지 말자“
여행은 아무나 가나라는 생각이 든다. ”2030. 부산 세계 박람회“ 유치를 위해 부산에서 BTS (방탄소년단) 축하 공연이 있다고 한다. 이미 예매 티켓과 주변 숙박업소에는 환불하면서까지 예약을 취소시키고, 2배에서 10배 까지 바가지 요금이 기승을 부린다고 한다. 세상은 뭐든 자신의 판단에 호불호가 갈린다. 세상은 뭐든 자신의 판단에 호불호가 갈린다. 순간 선택이 평생을 간다는 CF도 있다. 그 목적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면, 비용은 문제가 안된다. 어쨌거나 손해 본 만큼 창가에 앉아 비 오는 정동진을 감상하며 노트북을 꺼내 기록과 자료를 정리해 본다. 이 순간의 시간이 내게는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 또는 기회가 없을지도...
잔뜩 흐린날 정동진 카페에 앉아
하염없이 나만의 추억을 만들어 보고 있다.
김세열 기자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표현의 글을 잘 쓰는 사람
도덕적 원칙을 중시하는 사람
커피와 여행, 우리나라를 좋아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