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부 시민기자단 Mar 28. 2023

과연 그게 전부일까

누가 세상이 공평하다고 말하는가? 자본주의시대인 지금 가진 자가 있다면 당연히 못 가진 자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 그것이 세상이란 톱니바퀴 속에서 얽혀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겠지... 하지만 복지선진국을 꿈꾸는 대한민국에 살면서, 얼마 전 과연 ‘이런 게 장애인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해 주는 모습일까?’라는 기분을 느꼈다. 그런 미명아래 진실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은 뭘까... 내 기억 속에 별로 두고 싶지 않은 만남이었다.


과거 인권을 중시하던 단체와 IL에선 짐승처럼 사람에게 등급을 주는 것을 싫어했고, 광화문 지하철역에선 꾸준히 동의하는 행인들의 사인을 받기도 했었다. 그리고 곳곳에선 시위가 일어나며 자신들의 뜻이 법률로 정해지길 바라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길고 길었던 투쟁 끝에 드디어 세상의 장애인과 그에 관한 제도가 2019년에 6등급으로 나누던 걸 중증과 경증으로 바꾸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이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많은 장애인에겐 희비가 교차되던 순간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중증장애인만 주는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하기도 했기에 중증과 경증 사이의 나 같은 사람들을 경증으로만 내몰렸고, 나도 그 피해자 중 일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살면서 사람들은 누구나 치아 때문에 치과병원에 방문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려선 유치 때문에, 어른이 되어선 영구치의 스케일링문제 때문이라도 별로 내키지 않아도 가볼 수밖에 없었을 테고, 2년에 한 번씩은 건강검진이 발걸음을 옮기게 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치과질환이 생겨 원치 않는 경우라도 치료 목적으로 가봤겠지. 이런 때 겪었던 웃지 못할 해프닝을 전하기 위해 사설이 좀 길었나 보다.


내가 지난달 난생처음 가봤던 중앙장애인구강진료센터 치과치료를 작년에 생각했을 때만 해도,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고 복지차원에서 조금 더 인간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란 막연한 기대감이 앞섰다. 그래서 예약하는 환자가 많아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 것도 불사했다. 하지만 컸던 기대만큼 실제로 가보면서 받았던 실망감도 더 클 수밖에는 없었다. 이것이 과연 우리나라 복지시스템의 현주소인가? 너무나도 거만한 태도의 젊은 진료의를 잊을 수 없다. 몇 가지에 대해 물어보더니 정말 어이없는 한마디를 남기며 사라지던 그 모습. 언쟁 중에 바로 옆 대기환자의 진료 때문이란 핑계를 대며... “나와 대화가 통하네요. 그러니 중증 환자가 아니네요.” 온전히 혜택을 받으려면 소통불가의 장애인이어야만 한다고 하는데 어이가 없었다. 난 임플란트 시술과 크라운 시술을 받아야만 했고, 그것에 대해선 레지던트로 보이는 또 다른 의사에게 맡긴 채.. 치료하는데 예상과는 다른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들을 수 있었다. 이미 다른 치과를 통해 발치를 했기에 어느 정도 가격을 알고 있던 터라... 중증장애인이어야만 치료에서 혜택이 가능하다는 말을 왜 애초에 예약 잡을 때 하지 않았던지. 치료가 목적이 아닌 그냥 한 번의 성의 없는 가벼운 진료가 사람중심이 아닌 영리 목적으로만 이용된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분명한 것은 비급여 치료엔 나라의 지원도 아무런 소용이 없단 게 내가 느낄 수밖에 없는 벽이었다. 병원에서 순서대로 대기하면서 작성하라던 몇 장의 질문지엔 집주소부터 나의 장애명과 정도, 일련의 사사로운 것까지도 기록하게 했다. 물론 그것을 토대로 더 빠르고 정확한 진료를 하길 바람 때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나중에 나를 알고 대하기 위한 도구로 쓰였고 독이 될 줄은... 그게 몇 달을 기다려 조금이라도 복지혜택을 보려 했던 내게 중증이 아닌 경증 장애인이기 느낄 수밖에 없었던 의료인의 정신인가? ‘내가 이런 대접이나 받으려고 여기까지 왔던가?’ 자꾸만 반문하게 되었다. 이러려면 동네의원이 훨씬 좋은 서비스와 경제적 부담감을 가지게 됐을 텐데...

조금이라도 나은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몇 번이고 하게 된다.


생각 없이 냇가에 집어던진 돌멩이 하나에도 작은 개구리는 맞아 죽을 수 있다. 치과전문의가 진료받는 환자에게 생각이 없이 내뱉은 한마디가 환자에겐 상처가 될 수도 있단 걸 의사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복지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선 그 반석이 큰 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 한 명 한 명에게 대하는 태도를 주의해 환자의 생명이 소중히 여겨질 때, 그에 따른 의료행위 하나에도 생명줄을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다하리라고 믿는다. 그것이 믿음으로만 끝나지 않고 실생활에서 반드시 보일 수 있을 때 장애인과 비장애인 할 것 없이 모두가 믿음 안에서 하나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김석인 기자

조심스럽지만 할 말은 하는 사람

전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

사람에 대한 진한 애정이 있는 사람



매거진의 이전글 병원이야기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