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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부 시민기자단 Mar 28. 2023

병원이야기 3

부제: 활동지원서비스 그리고 입원 기간

사람은 여러 형태로 살 수 있다. 

장애인들이 탈시설을 하면 많은 보조 정책이 필요하다. 거주 시설이 아닌, 중증장애인이 탈시설을 했을 때 제일 필요한 지원은 활동 지원이다. 아직 우리나라에 24시간 활동 지원을 받는 중증장애인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대부분 한 달에 고작 500~600시간에 숨을 쉬고 있다. 아주 끔찍한 예시로 갓난아이를 한 달에 500시간밖에 양육할 수 없다고 해보자. 국가는 그냥 죄인이다.


장애인이 병원 입원한 순간에 활동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간과 기간이 얼마인지 장애인 자립센터 *IL에서 교육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입원 기간 60일 초과 시 활동 지원 급여 중단이 되며 동일 질병으로 입·퇴원 반복하는 경우, 기간 가산 적용이 된다. 단, 질병 별로 60일 기준으로 동일한 질병이라도 재발 또는 악화하여 다시 입원하면 새로 60일 적용받을 수 있다. 활동지원사는 전자 바우처를 통해 근무 시간에 따라 급여를 받는다. (*IL: 장애인의 자기 결정권. 일상생활. 활동 지원 및 급여. 도움을 주는 자립 기관)   



이용인(장애인)과 활동지원사는 서로 시간을 의논하면서 모든 생활을 공유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일상 삶에서는 생활할 때 시간 계산은 필수라는 점을 납득할 수 있다. 그런데 특수한 상황인 입원 기간만큼은 계산도 없이 치료받 수 있어야 하는 게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 입원 기간에 따라 활동지원서비스 이용을 제한한다는 것은 장애인들에게 아프지도 말고, 입원 자체도 사망하기 직전 하란 말인가?      


입원 기간과 지원 시간을 알면서도 무슨 방책이 없는지 센터 측에 물어봤다. 예상대로 아무런 방책이 없이 걱정만 되었다. 다리 수술한 직후에 내 담당 의사 선생님에게 ''언제쯤. 퇴원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말하자. 2주 정도 있으면 될 것 같다고 말을 듣고서는 한시름 놓았다. 다친 다리에 대한 염려보다 입원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서비스 이용이 중단될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장애인 활동지원제도는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다. 병원에서 바우처 24시간을 모두 다 쓰면 남은 날들은 지원사 없이 집에서 TV 예능 '나 혼자 산다.' 방송을 찍어야 한다. 바우처 시간을 아껴서 사용하기 위해 일단 비장애 활동지원사에게 야간 근무 급여는 내 사비로 지급을 할 테니. 전자 바우처를 찍지 말라고 말했다. 활동지원사는 엄연한 직업이므로 급여를 받는 건 당연한 권리다. 


만약 입원 기간이 60일을 넘어간다면, 활동지원사가 아닌, 내 장애도 전혀 모르는 간병인을 이용하고 급여도 전자 바우처가 아니라, 내 사비로 지급해야 한다. 물론 정부 측에서 활동지원사와 간병인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진짜 큰 오산이다! 

    

사지마비 장애와 언어 장애가 있는 난 무서웠다. 자립 8년 동안을 나의 일상을 함께한 청각장애 활동지원사도 병원에선 소통이 힘든데 간병인이 나를 지원한다면, 도저히 시뮬레이션이 안 된다. 내 편견일까? 물론! 병간호하시는 분들 중에 상대방 의사소통을 알아듣기 위해 애쓰는 분도 있겠지만 대부분 고령층이다. 이 연령대에서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받은 분이 한국 사회에 얼마나 계실까? 그냥 직업적으로 물리적인 지원은 가능하겠지만, 소통의 벽은 매우 높을 것이다. 


이 제도는 정말 간결하게 변경이 되어야 한다. 적어도 활동지원사가 입원 기간에 6개월 정도라도 지원할 수 있다면 안심되지 않을까? 장애인 활동지원제도는 한 달간 정해진 시간에 활동지원사를 몇 명에게 요청하든 시간도 요일, 시, 분, 요청하든 내 권리며 재량이다. 나의 활동지원사는 총 3명인데 도움이 필요한 상황임에 아무런 불편 없이 와주어 참으로 감사한 마음뿐이다. 


이번에 다행히 여성 활동지원사의 지인이 후원으로 50만 원을 주셨고, 은평성모병원 복지팀에서도 병원&입원비를 후원받을 수 있게 해 주셨다. 그나마 정형외과 수술을 해서 빠른 퇴원이 가능했을 것 같다. 그러나 내부 장기에 장애가 있거나 장기간 치료를 필요로 하는 장애인이면 훨씬 더 큰 비용과 인력이 들어갈 것이다. 병원에는 치료만 목적으로 가야 하는데 사회 변하는 과정에 목숨도 걸고 있다. 장애인 탈시설 규모를 확대하는 것에 앞서 소통의 사각지대 해소가 더욱 시급하다.           




김삼식 기자

역으로 생각하고 이미지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

호기심과 물음이 많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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