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들른 동네 복지관에서 소창행주 하나를 받았다. 아무런 장식 없이 하얀 실로 겹쳐서 볼품없이 그냥 쑹덩쑹덩 꿰매어 놓은 게 전부였다. 어르신들이 많이 계시는 것으로 보아 무슨 프로그램에서 한 것 아닌가 짐작해 본다. 아주 오랜만에 만져보는 소창행주는 행주로서의 기능보다는 우리 아이들 아기 때 기저귀로서의 역할이 더 컸다. 아주 길게 만들어진 기저귀는 세탁기에서는 너무 엉켜서 손빨래만이 요구가 되었다. 길게 삼십 여개 정도를 해놓고 오로지 자식의 건강만을 생각하며 손빨래를 힘든 줄 모르고 했다. 그러다가 외출할 때나 비가 오는 날이면 일회용 기저귀를 사용하다 보니 그 편한 맛에 자꾸 꾀를 부리기 시작했다.
한 장의 소창행주 네모 속에는 참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아이가 자폐성장애란 진단을 받고 여기저기 부모교육을 받으러 다녔다. 그때 강사들의 대부분이 자폐성장애 원인으로 환경호르몬을 지목했다. 특히 컵라면, 종이컵등 일회용품이라든지 인공감미료가 포함된 식품의 안 좋은 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많은 질병을 유발한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네 삶은 점점 편리함에 빠져 들어갔다. 나 또한 작은 행주조차 빨아서 쓰는 게 귀찮다고 주로 일회용품을 쓰고 있다.
그래도 왠지 오랜만에 만져본 소창행주라서 소중한 마음에 몇 번 식탁을 닦았더니 얼룩이 졌다. 주방세제나 세탁비누로는 그 얼룩이 빠지지 않는다. 주방세제에 락스를 풀고 삶아야 비로소 하얗게 빛이 난다. 내가 늘 갈등 겪는 지점이다. 번거롭고 독한 세제들은 수질에 영향을 줄 것이고 삶은 빨래는 물을 많이 쓰게 되고, 이런저런 이유로 일회용품을 찾게 된다. 자연은 문명의 이기를 언제까지 품어줄지 모르지만 분명 그 한계는 있을 것이다. 어쩜 이미 그 한계를 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연의 파괴가 인간에게 질병, 기후 등 곳곳에서 재앙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기상천외하게 쏟아지고 있는 각종 일회용품은 우리 네 생활에 많은 편리함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그 편리함에 익숙해진 소비자만 탓하고 제재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국가나 기업은 경제논리를 떠나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같이 고민해야 한다.
손창명 기자
잘 웃고, 잘 먹는 사람
속으로만 삐지는 사람
자연에 순응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