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라이 사랑

핑크조아(손창명)

by 서부 글쓰기모임

엄마는 들에서 일하시고 들어올때면 항상 푸성귀를 두손 가득 들고 오셨다.

쉴새없이 광에 있던 다라이를 앞마당에 던지듯이 내려놓고 대문간에 걸려있는 깔판과함께 바닥에 앉으셨다.

쑥버무리, 씀바귀나물, 냉이나물, 쪽파김치, 열무김치 온갖 나물, 겆절이가 엄마손끝의 움직임에 따라 다라이안에서 제각각 맛을 뽐내며 뚝딱 뚝딱 올라온다. 나물은 조물조물, 김치겆절이는 버물버물 간만 잘 맞추면 어떤 음식이든지 맛있는거라고 혼자말처럼 그러나 마주앉은 딸에게는 잘 새겨두라는 가르침으로 들린다. 그건 엄마의 신념이다. 모든 생물은 타고난 자연그대로의 멋과 맛이 있단다.

한때 머리를 요란하게 하고 다닌적이 있었다. 유난히도 까맣고 각이진 단발머리는 아무리 곱게봐도 촌스럽고 고집스러웠다. 마치 내 삶도 그런것 같아 나름 답답함을 벗어나보려 탈색도 심하게하고 긴머리 사정없이 파마를해서 흔히 사자머리라는것도 해보고 이렇게저렇게 아무리 변화를 줘봤지만 내안의 근본은 바꿀수가 없멌다. 그런 내모습을 엄마는 늘 못마땅해하셨다.그렇잖아도 평소에 술을 잘먹어서 걱정인데다가 머리까지 요란하니 삶이 고달프다고 삐뚤어지는건 아닌지 엄마의 식견으로 보면 딱 그 수준이었다. 너는 까만머리카락이 제일 이쁘다. 타고난대로 살아간다는것, 그것으로 멋과 맛을낼때 비로소 건강한 행복이 있단다.


엄마의 다라이가 우리집에도 있다. 결혼할때 엄마가 사주셨다. 그릇이 없어서 음식을 못해먹는것도 아닌데 바리바리 살림살이를 챙겨주셨다.


열무석단을 샀다. 베란다에 엎어놓은 다라이를 꺼내놓고 다듬어 소금물에 절여놓았다. 찬밥 한덩이 갖은 양념 갈아넣고 맛있어져라 두손 열심히 엄마흉내를 냈지만 결코 엄마의 김치맛을 볼수는 없었다. 마음만큼 입맛도 간사하다. 결국은 설탕의 달달함으로 고단한 내삶의 간사함을 달랬다. 음식에 설탕 넣는것을 제일 싫어하시는 엄마가 봤으면 그러셨을 것이다.


너만 좋으면 다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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