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한 언어 장애인

글쟁이(김삼식)

by 서부 글쓰기모임

<부제: 최중증 장애인도 은행 직원과 직접 상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또! 반복해서 말했다.

나의 활동 지원사가 하는 일 중 하나는 다른 사람들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내 옆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이 지원사는 은행에서 아파트 재계약을 하는 순간에도 최선을 다했다. 장애인 활동 지원사는 일상생활, 신체활동, 가사 활동, 사회활동 등을 지원하는 사람이다.


사람 관계에서 형식적으로만 행동한다면 너무 비즈니스적인 삶이 되지 않을까? 서로의 견해는 존중할 수는 있겠지만,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이용인(장애인)의 몫이다. 경제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그것은 장애인의 책임이지 지원사의 잘못이 아니다.


물론! 장애 유형에 따라 경제적 문제를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장애인의 경우, 사회복지 기관에서 활동 지원사와 사회 복지사가 동행하기도 한다. 올해는 내 아파트 재계약을 하는 해라, 은평점 W은행에서 대출 신청을 했다. 언제까지 은행이나 공공시설의 실무자에게 ''제 얼굴을 보고 말해주세요.''라는 말을 하지 않고 상담할 수가 있을까?


이제 나도 법정 대리인 없이 금융거래해야 하는 40대 아저씨가 되었고, 이 집의 대출을 갚아야 하는 은행의 노예가 되었다. 그런데 은행 실무자는 대출 상담 중 내가 서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지원사에만 이야기하는 걸까? 아니면 빠른 상담을 위해 한 번도 내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로 진행했을까? 분명히 문서상에도 권한과 책임이 있는 이름은 '김삼식'이라고 명시되어 있는데 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일까? 이해가 안 되며 정말 궁금하다.


은행 실무자들은 상담 시간에 당사자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걸까? 법률상에는 금융 거래 문제 발생 시, 은행 측에 원인과 책임을 묻겠다는 제도가 없어 그런가? 못된 상상으로 단, 한 번쯤은 나와 비슷한 상황을 겪는 장애인 누군가가 이것을 문제로 삼고 은행에 책임을 물어주기를 바라는 마음마저 든다. 이런 일이 공론화되어도 은행 실무자들이 '김삼식' 당사자가 아닌 지원하는 사람하고만 상담을 할 수가 있을까? 본인 명의의 통장을 만들 때도 자필(自筆)로 이름을 써야 한다면 큰 대출 역시! 본인과 은행 간의 신뢰가 우선이 아닐까?

우리나라 은행은 최중증 장애인에게는 왜 신뢰를 주지 않는 걸까?

그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 마음속 응어리는 점점 커졌고, 이런 생각을 나 혼자만 하는 것은 아닌가? 허탈감도 들었다. 한참! 대출을 받으려고 온 당사자만 빼고, 둘이서만 상담하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또다시 내가 언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나는 그저 묵묵히 볼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그래서 은행 업무를 마무리하는 순간, 실무자에게 내 글자판(AAC)으로 "다음부터는 장애인 당사자에게 물어보세요."라고 말했다. 그 실무자는 약간 어리둥절하면서 ''네. 알겠습니다.''라고 대답을 했다.

어느덧 장애인 거주 시설을 나와 독립한 지 10년쯤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글을 계속 썼지만, 세상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우리나라의 은행이나 관공서의 장애인 차별은 과연 언제쯤 사라질까? 또는 언어 장애인은 은행 직원과 언제쯤 직접 상담할 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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