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라(김순자)
덥고 퀴퀴한듯한 쇠냄새가 조금씩 힘들어 질 즈음 한쪽 구석에 모인 대여섯의 사람들이
단체로 담배를 피기 시작했고 곧이어 내가 있는 곳 까지 퍼져왔다.
당시 내가 타고 있던 열차는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통일호 라는 이름을 가지고 시원한
강을 따라 달리고 있었다. 담배연기와 쇠냄새, 기차의 냄새가 뒤섞인 통로에서 내게
당당하게 삐삐번호를 물어보던 동갑내기 남자의 얼굴이 지금도 선명하다.
기차가 서울로 들어섬과 동시에 서로 갈 길을 찾아 헤어졌지만 남자애는 다음날부터 내
삐삐 사서함이 본인 전용인 듯 꽉꽉 채워 넣는 바람에 다른 연락들은 받을 수가 없었다.
나는 편지를 쓰라고 했다. 그렇지만 설마 쓰겠는가 싶었고...몇 통의 편지를 받고 나서야
그 애의 진심이 조금씩 보였다. 그렇게 열아홉살의 여름이 지나고 가을 겨울 그리고
또 사계절이 지나 우리가 어른이 될 때까지 편지는 계속 되었고 그와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었다.
한 번씩 젊은 시절의 편지들을 꺼내 볼 때는 어떤 날은 눈물이...다른 날은 아쉬움이.....
어느 날은 피식거리며 웃음이 따라온다.
작은방 내 화장품 상자 옆 까만 상자 안에 고이 담겨 있는 우리의 사랑과 젊음은
언제 꺼내 보아도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마법 같은 것이다.
빛나는 20대를 함께 하였고, 바빴던 30대를 거쳐 이제는 셋이 된 우리.
그 시절 내게 넘치도록 사랑을 담아 편지를 써준 나의 사랑스러운 남편.... 내 마음의 자양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