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더위라지만, 아직은 그냥 마주하기는 땀이 흘렀다.
길가에 벌써 코스모스 행렬이 마라톤 골인점의 관중 같이 반가워하는 모양이다.
아직 포장 안 된 논두렁 외길이 금방이라도 신발을 벗어 던지고 걷고 싶어진다.
낮에 보는 달 같이, 곱게 영글어진 원두막 지붕 위의 누런 박들이 훔치고 싶어진다.
반은 걷어낸 나락더미가 아직 걷지 못한 누런 벼를 서둘러 부르고 있다.
시끄러운 매미 소리도, 재잘 거리던 개구리 소리도, 이제 다 제 갈길 따라
지난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논밭을 헤집고 다니는 동네 꼬마들이
옆구리에 나락을 꿰어 메뚜기를 하나 둘 엮어간다.
마을 정자에 앉아 더위를 가다듬을 때
언젠가 와본 듯한 이 느낌 얼마만인가.
김세열 기자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표현의 글을 잘 쓰는 사람.
남성적인 면이 있고, 도덕적 원칙을 중시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