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잘하기 #4

코칭 대화가 가벼워야 하는 이유

by 최호석

전문 코치가 되겠다고 생각하고 준비를 하면서 가장 부담되는게 무엇일까?


나에게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내가 나에게 오는 모든 고객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나도 아직 모르는 게 많고, 삶이 어렵기도 하고 힘들기도 한데…'와 같은 생각이었다.


이런 생각은 코칭을 처음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질 수 있다. 지구상의 90%에 해당하는 삶을 살아온 코치라면 최소한 한 번쯤은 그런 생각을 해보았을 것이다. 한 사람이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만으로는 전 세계, 아니 주위를 스쳐 가는 100명의 상황조차 모두 이해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코칭을 받으러 온 고객이 있다고 하자. 최근에 사랑하는 사람이 죽음을 당해 심적으로 힘들어 이를 극복하려는 사람일 수 있다. 혹은 최근에 이혼을 했고 현재의 삶에서 더 나아지기 위해 코칭을 받으러 온 사람일 수 있다. 이 외에도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으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해외 이민을 가며 문화적으로 적응하려는 사람, 수만 명 단위 조직의 CEO로서 조직을 성장시키기 위해 코칭을 의뢰하는 사람 등 다양한 사례가 있다. 과연 세상의 코치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객을 100% 이해할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코칭을 배우면서 꼭 이해해야 할 부분은 이러한 고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태도이다.


우선 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이와 관련해 내가 자주 들었던 표현을 보자. 엔지니어이자 SW 개발자로 20년가량 살아온 나에게는 코칭 교육을 받으면서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잘 와닿지 않는 말이 있었다.


"깃털처럼 가볍게", "아니면 말고"


내가 살아온 세계에서는 이런 표현이 곧 무책임함으로 연상되었다. '아니면 말고'라니? 그런 표현이 어디 있나 싶었다. 했다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지는 것이 올바른 태도라고 여겼다. '깃털처럼 가볍게'라는 표현도 어감이 이상했다.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의 생명을 다루는 일은 아니더라도, 수십 명이 함께 목표를 가지고 하는 일이라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진중하게 최대한 노력해야지, 가볍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함께 일하는 사람을 무시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러니 내가 이 표현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코칭을 시작한 이래 반복해서 듣고 맥락을 이해하니 차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이 두 가지 표현은 코치의 직관을 설명할 때 등장한다. 코치는 코칭 대화 중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말이 있으면 '가볍게 할 수 있어야 한다' 또는 '아니면 말고' 식으로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거기에 집착해서는 안 되며, 만약 집착하는 순간 그것은 코치의 에고가 되고 판단이 된다.


코치의 직관은 때로 고객이 말하면서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행동 패턴이나 신념, 사고와 관련된 지점을 발견하게 해 준다. 그 발견을 고객에게 말로 돌려주면 고객은 비로소 자신에게 평소에 그런 모습이 있었는지를 알아차리게 된다. 스스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해온 행동들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만약 이후에 그런 자신을 바꾸고 싶다면, 그 무의식 속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시도할 수 있는 다른 행동을 찾아보면 된다.


즉,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보다 긍정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코치의 직관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유용하다면 자주 활용하면 되는 것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무엇 때문에 조심하라고 하는 것일까.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코치의 경험은 그가 살아온 삶의 범위로 한정된다. 미디어, 책, 음악 등으로 간접 경험을 넓힌다 해도 그 범위는 무한하지 않다. 그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고객을 만나면서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영역이 실제로는 제대로 알지 못한 분야임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코치는 고객의 말 속에서 그 사람의 신념, 가치, 행동 패턴을 찾아내야 하며, 그것이 정말 맞는지 고객에게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고객에게 코칭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 말이 나온 것이다. 언제든 '아니오'라는 반응을 들을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깃털처럼 가볍게' 또는 '아니면 말고'의 태도로 떠오르는 직관을 고객에게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고객이 '아닌데요'라고 하면 거기에 집착하지 말고 '이번은 아니구나… 그럼 다른 무언가가 있겠지' 하고 넘겨야 한다.


이론적으로 이해되지만, 실전 코칭 장면에서는 상황이 더 복잡하다.


이혼 후 배우자가 자녀를 양육하기로 합의한 고객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사람은 처음에는 정기적으로 자녀를 만나며 헤어질 때마다 오랫동안 눈물을 흘렸다. 이후 이혼 관련 법적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결혼 생활의 괴로움을 떠올려 작업을 진행하지 못했다. 이혼 후의 재산 분할과 같은 실질적인 일을 위해서도 해야만 하지만, 그와 관련된 일을 생각하는 것조차 두렵고 겁이 나는 상태였다. 법원이 정한 일정은 점점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고객을 코칭할 때 코치가 겪는 어려움은 우선 감정적인 공감이다. 자식과 떨어져 지내는 아픔을 명확히 겪어보지 않은 상태에서 어설픈 공감은 오해를 낳을 뿐이며, 대화 중 감정에 대해 '이해한다'고 표현해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코칭 세션이 끝나고 고객이 꼭 해야 하지만 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면, 그 감정적 회오리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어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라고 권유하는 것조차 힘들다.


코치는 고객에게 공감해야 하면서 동시에 객관적으로 고객이 코칭 대화에서 얻고자 하는 것을 얻을 수 있도록 함께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 고객을 공감한다는 마음으로 너무 깊게 감정에 들어가면 그 감정과 함께 허우적거리게 된다. 혹은 고객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되는 일을 시도하다가 고객이 심리적으로 무너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 때문에 코칭이 가야 할 방향에 맞는 질문을 하지 못하기도 한다.


한없이 코칭 대화가 어렵고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치는 어떤 태도와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가.


고객을 믿어야 한다.


코치 자신은 상상하기 힘든 어려운 상황일 수 있으나, 고객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코치를 찾아온 사람이다. 코치가 할 수 없을지라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고객은 그렇지 않다. 그러므로 코치는 고객을 믿어야 한다. 지금 당장은 방법이 보이지 않아 코치를 찾았을지라도, 내면의 목표를 제대로 이해하면 그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방식을 찾을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나의 고객은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고, 어렵지만 행동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고객을 바라봐야 한다.


문제가 아니라 고객을 바라봐야 한다.


코칭 세계에는 유명한 말이 있다. "이슈가 아니라 고객을 코칭하라." 이 말과 함께 따라오는 이야기는 "이슈는 고객의 것이다. 코치가 함부로 그 이슈를 자신의 것으로 가져오려 하지 마라"이다. 이 말은 단순히 몇 번의 코칭 대화로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코치의 오만이라는 뜻이다. 고객이 코치를 찾아오는 것은 이슈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미일 수 있으나, 그것을 코치에게 대신해 달라는 의미는 아니다. 코치에게 필요한 것은 고객 자신이 해결책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게 하고 방향을 정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코치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코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사가 아니다. 고객의 몫은 고객에게 남기고, 코치는 코치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면 된다. 그 문제가 얼마나 어렵고 괴롭고 힘든 내용일지라도 고객은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고 믿어야 한다.


이와 함께 코치 자신도 자신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모두 살아본 것은 아니지만, 그 문제는 결국 고객이 해결할 것이고 코치는 지금까지 수련하고 성장해온 코치의 역할을 하면 된다.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코치도 실수할 수 있고 우리가 가는 길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성장할 것이다. 그런 코치의 성장을 통해 고객에게 더 나은 코칭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코칭 대화는 이러한 기반 위에서 가볍게 진행되어야 한다. 코칭은 아무리 잘못되어도 누군가의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는다. 지나치게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가벼우되 결코 진정성이 떨어지지 않는 그런 코칭 대화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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