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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미현 Apr 10. 2019

[열여덟 여행] 04. 복어요리 아니고

복불복 요리인거냐?

크리스마스 지났는데,  느낌이 물씬났다. 


다시 일행을 만났다.저녁을 먹으러 간다고 했다. 점심 먹은 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해가 지니까 저녁을 먹어야 한단다. 가이드는 계속 ‘복어’가 여기 특산품이라 ‘복어요리’를 준다고 했다. 복국 같은 게 나오나? 복어회가 나오나? 내심 찬바람을 맞으며 이 별 볼일 없는 항구를 돌아다녔지만 그래도 마지막은 괜찮은 요리로 마무리가 되나 싶어서 하지 말아야 할 기대를 품기 시작했다.     


저 안이 중국집이라뇨?


나무에 전구가 매달려있어 너무 예뻤다. 건물도 서양식 건물로 지어져 있어서 복어를 파는 식당이라고 하기에는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근사했다. 그 앞에서 사진을 열심히 찍었는데 그 건물이 식당이라고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뭔가 더 아이러니하다. 여기는 중국집이 확실하다. 휘황찬란한 붉은 천에 금색의 수가 놓여 있는 테이블보. 아니 우린 분명히 일본식 복어요리를 먹으러 왔는데.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고, 우리는 그들을 제치고 안쪽으로 안내를 받았다. 이미 손님보다 먼저 테이블 위에는 음식들이 성급하게 나와 있었는데 앉고 보니 눈앞에 펼쳐진 음식에는 내가 알고 있는 ‘복어’란 녀석을 찾을 수가 없었다.     

복어가 저기있다


밥과 국과 반찬 사이로 커피잔 받침 접시 같은 크기에 그래도 명인이 썰었는지 그 밑에 신문지를 깔아 두면 활자를 읽을 수 있을 것처럼 얇디얇은 복어살 세 점이 학의 날개를 펼친 것처럼 가지런히 있었다. 

사람들의 의아한 표정들 틈에서 이 순간을 스스로 모면하기 위해서는 (내가 사실 이 워크숍을 가자고 정한 것도 아니지만, 왜 그리 순간마다 나는 졸았을까) ‘알코올의 힘’이 필요했다. 


일본에 오면 생맥주로 시작해야 한다는 가이드 말을 잘 들었다기보다는 놓여있는 음식보다는 맥주가 가장 맛있을 듯했다. 후쿠오카까지 돌아갈 길이 걱정되었지만(운전을 하지 않아도 화장실이 걱정이니까) 모르겠다 시켜서 마셨다.

여행지에서 맥주는 진리다


아, 오랜만에 먹는 생맥주는 맛있었다. 복어 세 점과 정체불명의 튀김을 누군가 물어보길래, 그게 바로 복어튀김이라고 아는 척을 했다. 복어요리라니까, 회와 튀김 정도는 듀엣으로 나와 줘야 ‘요리’라 할 수 있지 않겠나 싶었다. 우리의 ‘복어요리’ 기준에는 미달이었지만 맥주로 언 몸과 마음을 다독이며 안주로 먹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남자 직원들은 밥과 반찬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었는데, 자꾸 한국식당의 반찬 그릇을 찾아대는 사람이 있어 잠시 눈을 감기도 했다. 여기는 일본인데, 한국의 이모를 찾는 건 대체 무슨 경우인 건가.     

한 잔의 생맥주 기운으로 생동감이 살아났다. 식사를 마치고 나왔더니 이미 지나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났다. 그날은 27일이었는데 서울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예쁜 크리스마스 장식 등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손 시린 것도 모른 채 흔들리는 사진을 몇 장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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