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런 킴, 제유법
바이런 킴의 작품 '제유법'은 나란히 늘어선 판으로 구성된 설치 회화이다. 다만 모든 판의 색깔이 미묘하게 다를 뿐, 간격은 공평하리 마치 가지런하다. 재미교포 출신의 바이런 킴은 다양한 인종이 뒤섞여 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다양한 피부색을 눈으로 경험했고, 이를 작품에 녹여냈다.
이 작품은 얼굴, 이름, 나이, 국적 상관없이 작가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추출해낸 피부색을 담아낸 작품이다. 설명을 듣기 전에는 피부색으로 인식되지 않을 정도로 낯선 색깔들도 포함되어 있다. 살색이라고 보기에 낯선 붉은빛이 감돌거나, 검은색에 깊숙히 수렴하는 색깔들. 피부색은 그저 황색, 백색, 흑색으로 뭉뚱그려 구분 짓고 있던 지난날을 돌아보게 한다.
작가는 피부색 이면에는 결국 사람이 있다는 것을 발견해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수백 개의 직사각형 판을 나란히 배치해 하나의 큰 사각형을 만들고, 모델들의 이름을 알파벳 순서에 따라 배치했으며, 일정한 간격을 두었다. 이 모든 것이 공평해 보인다.
작은 사각형 하나하나가 중심이 된다. 사람 하나하나가 사회의 조각을 이뤄 전체를 형성하는 것 같지만 결국 삶의 주인공은 개개인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