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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대문구점 Mar 02. 2023

늦기 전에 시작하세요. 그 일

여든에 붓을 잡은 화가, 그랜마 모제스

가볍지만은 않아, 그 멘트


'인생에 늦은 때란 없다, 인생에서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다.'


주변 어른들의 카카오톡 상태명에 하나쯤은 꼭 있을법한 멘트. 새삼스레 시간의 소중함을 부각하는 멘트인지라, '아재감성'으로 분류되며 문장에 담긴 진의가 퇴색되는 경향이 짙다.


시간은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주어진 공짜 쿠폰이다. 쿠폰함에 스크롤을 내려도 까마득히 내려가야만 끝이 보일 것 같은 수량 탓에 사람들은 시간을 낭비하는 경향이 있다. 쿠폰함의 스크롤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 혹은 나의 또래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생을 마감하는 장면을 목격하기 전까지 말이다.


Sugaring Off, 1955

생애 늦은 때란 없는 법


일흔여섯 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그랜마 모제스'는 작품활동을 하는 동안 1600여 점의 작품을 세상에 남기셨다. 1600이라는 수량은 1년에 64점, 한 달에 5점에 육박하는 그림을 25년 동안 꾸준히 그려야만 가능한 숫자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녀는 미술교육을 전혀 받은 적도 없는 평범한 시골 농부의 아내로 살아왔다는 점.


The Old Checkered House, 1860

그녀와 그림의 만남은 손자의 방에서 우연히 물감과 붓을 발견했을 때 이루어졌다. 그녀는 곧장 그림을 그려보았는데, 각양각색의 물감이 섞일수록 의외의 색깔이 나온다거나 붓으로 종이 위를 지날 때의 질감까지, 엉성한 그림솜씨였으나 그녀는 처음 맛보는 감각에 행복을 느꼈을 것이다.


곧 봄이 올 텐데,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카메라를 들고 아이처럼 밝은 얼굴로 출사 하러 나오신 아줌마, 아저씨들이 자주 보일 것이다. 등산, 볼링, 골프장도 늦게나마 취미를 가지신 어른들로 붐빌 것이다. 그리고 분명 '무슨 주책'이냐며 바깥으로 나오시길 두려워하는 어른들도 있을 것이다. 그분들에게 새삼 흔한 말이지만 틀리지 않은 말, "인생에 늦은 때란 없다"는 말을, 그랜마 모지스의 그림은 이야기하고 있다.


Thunderstorm,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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