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동안 크리스마스 캐럴의 정상, 제발 내려와 주세요 ㅠㅠ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몸소 느끼기 위해 유튜브에 크리스마스 캐럴을 검색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마다 질리도록 나오는 곡,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또!... 몇 년 째인가? 이 곡이 발매된 날짜는 1994년 10월 29일 이래로, 9908일 동안 (2021.12.14.기준) 캐럴의 정상에서 내려올 생각을 않는다. 롱런 (long Run) 하는 것은 당연히 이유가 있지만, 왠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반발심이 생겼다. 나는 한국에서 다양한 장르가 소비되길 바라고 혹시 음악이 편향되지 않을까 괜한 걱정을 한다. 그래 가만히 있을 순 없지.
많은 스트리밍 사이트가 앞다퉈 AI 선곡 기법을 도입해 음악의 선택권을 대중에게 넘겼다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내 주변 다수들은 미디어 매체에서 선택된 곡들만 듣고 있는 실정. 그래서 뿔뿔히 흩어져 빛을 보길 바라는 음악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고르고 골라 아래 크리스마스 좀비 곡의 아성에 도전할 5곡을 선정해보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yXQViqx6GMY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현재까지 앨범 기준, 1600만 장이 넘게 팔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세계 가장 많이 팔린 싱글 중 하나로 기네스 신기록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스포티파이 (Spotify)에서 10억 회 이상 재생되었고, 캐럴 중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영국 차트의 싱글 부문 톱 10에 든 레전드 곡이자, 크리스마스 좀비 곡이다.
일각에서는 '유명해서 유명한 그룹' , 'BTS의 인기는 국뽕 부풀 리기다'라는 지적도 있지만 실재 그들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은 언터쳐블(Untouchable)한 수준이다. 수많은 해외 아티스트들이 앞다투어 BTS와의 콜라보를 위해 러브콜을 보내고, 전 세계에 수 많은 아미(Army) 들이 BTS를 통해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고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현상은 유행을 넘어선 신드롬(syndrome) 수준.
2021년 05월 21일에 발매했던 싱글 Butter의 크리스마스 버전이 지난 3일에 공개되자 반응은 뜨거웠다. 벌써 5백만 회를 돌파했다. 곡 특유의 Funky 한 요소를 유지한 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줄 악기들을 샘플링한 점이 돋보인다.
https://www.youtube.com/watch?v=9Hvy8KpTWGU
2018년 겨울 시티팝은 뉴트로의 키워드와 마리아 타케우치 (Mariya takeuchi)의 Plastic Love의 인기를 등에 업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이후 백예린, 윤종신, 유키카, 녹두 등이 의미 있는 시티팝 트랙들이 연이어 쏟아내 하나의 유행 장르로 자리 잡았다.
시티팝은 일본에서 시작된 음악 장르로 훵크(Funk)와 재즈, 블루스 등의 서양음악과 일본 토착 음악인 엔카(Enka)가 결합되어 탄생했다. 시티팝은 일본의 버블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 장르로, 시티팝의 대표적 아티스트로 야마시타 타츠로 (Yamashita Tatsuro)를 꼽는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비교적 덜 알려진 비운의 시티팝 아티스트가 있다. 데뷔부터 시티팝 가수의 길을 희망한다고 밝힌 나카하라 메이코 (Nakahara Meiko)이다. 데뷔 앨범 <Coconuts House>와 후속작 <Friday Magic>의 연이은 성공으로 과도한 관심과 바쁜 스케줄로 인해 슬럼프가 찾아왔고, 결국 1992년 은퇴를 선언한 비운의 아티스트이다.
그런 그녀가 1984년 11월 21일에 발매한 <Meiko's Best Selection 10+1> 앨범에 크리스마스 캐럴이 담겨 발매했고, 그 곡이 바로 시티팝을 잔뜩 끼얹은 캐럴 'Funky Christmas'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5NgD-T9Ua9I
크리스마스는 12월 24일부터 1월 6일까지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명절이다. 한국에서 크리스마스는 1949년 정부 수립 후 최초로 지정된 공휴일 중 하나로 70년 이상 꾸준히 휴일로 지정된 유서 깊은 공휴일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크리스마스는 반드시 예수 탄생 기념의 의미 보다는 구세군 냄비, 크리스마스 선물, 콘돔 판매량 1위, 봉사활동 등의 키워드와 함께 '사랑을 베푸는 날'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사랑하면 떠오르는 장르 레게를 꺼내보았다. 자메이카의 겨울은 평균 30도 이상으로 늘 따뜻하다. 한국의 춥지만 따뜻한 느낌의 크리스마스와는 달리, 자메이카인에게는 크리스마스는 그저 따사로운 날씨에 열리는 신나는 축제이다. 그래서인지 곡의 느낌도 쿨(Cool) 한 톤의 기타 스트러밍(Struming)과 다채로운 리듬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어 색다른 느낌의 캐럴을 느낄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ZUKgLs2y7w
유서 깊은 재즈 명문 레이블 블루노트와 그래미가 만들어낸 아티스트 노라 존스(Norah Jones)는 그녀가 원했건, 원치 않건 재즈계에 뜨거운 감자다. 2003년 제45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8개 부문을 석권하며 그녀가 재즈의 여왕으로 등극했지만 실상 그녀의 작업물은 재즈와 거리가 멀다. 그녀는 오히려 팝, 포크, 블루그래스(Bluegrass)적인 자작곡을 주로 선보였다. 그렇기에 아직까지 정통 재즈계에서는 그녀를 재즈 아티스트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을 정도.
아이러니하게도 2002년 데뷔 이후, '재즈'라는 장르를 내 건 앨범이 없던 그녀였지만, 올해 드디어 '재즈'를 입힌 캐럴 앨범을 발매했다. 앨범 작업 당시 그녀는 코로나의 여파로 인한 집합 금지, 외출금지 등의 제한적 상황임에도, 유튜브를 통해 피아노 앞에 서 노래하고,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의 훵키 한 크리스마스 앨범과 엘비스 프리슬리의 크리스마스 앨범을 들으며 작년 알찬 크리스마스를 보냈다고.
집합 금지 기간의 경험을 자양분으로 이번 앨범에 수록된 13곡 중 6곡을 자작곡으로 채울 정도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여실히 담은 재즈 앨범을 완성시켰다. 그리고 한가지 박수를 보내고 싶은 점은, 보통의 크리스마스 앨범이 잘 알려진 캐럴을 대량 리메이크하는 것과 비교해 보았을 때, 그녀가 얼마나 이번 앨범에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0iFK2NiyvDg
2020년 픽사 애니메이션 영화 <소울>의 작곡가로서 트렌트 레즈너, 애티커스 로스와 함께 참여해 성공가도를 달린 존 바티스트 (Jon Batiste). 그의 음악은 정통 재즈에 가스펠, 소울, 힙합을 더해 재즈의 현대적 재해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평가에 힘입어 그는 제64회 그래미 어워즈에 최다 노미네이션 되는 기엄을 토한 이 시대 가장 핫한 재즈 아티스트이다.
그런 그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미국의 싱어송 라이터 앨로 블랙 (Aloe Blacc)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재즈 곡을 선보였다. Endless Love는 가스펠 기반에 피아노, 베이스, 보컬로 이루어진 트리오 구성의 미니멀함을 살린 곡으로, 가족과 함께 난로 앞에 모여 끝없는 사랑에 대해 노래하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https://www.youtube.com/watch?v=Xwuwwx-ceks&list=PLpXeW0csvA-5_OV8Wy9aPbQw2HKK6jMyM
1년의 첫 번째 공휴일 설날, 그리고 마지막 공휴일 크리스마스. 결국은 '가족'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된다. 우리의 삶의 가족과 함께 시작해 어딘가로 떠나지만 결국 나의 가족을 만들어가는 여정인 것 같다.
30대의 초입을 보내고 있는 나는 가족을 떠나 꽤 오랜 시간을 뒤돌아 보지 않는 20대를 보냈다. 숨 고르기를 하며 주변을 살폈을 때, 그래도 나를 응원해주는 영원한 우방은 가족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올 크리스마스 가족에게 안부 문자라도 보내는 시간으로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