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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대문구점 Mar 14. 2023

[걸어서 제주 속으로] 혼자서 떠나는 제주 여행

왜 여행하지에 대한 지루한 고찰

발아래 보이는 토지의 경계면. 직선은 도로뿐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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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고팠다.

글자 그대로. 지난 두 달 동안 회사일 외에도 개인적으로 벌여놓은 프로젝트 덕분에 쉴틈이 없었다. 작년 12월부터는 글쓰기 모임을 모집해 프로젝트의 얼개를 짜고 프로그램을 구성했으며 1월부터는 개인채널 객원에디터를 모집했다. 전부 다 사람을 모아야 하는지라, 매일 같이 사람을 만났다. 성향을 파악하고, 이름과 얼굴을 외워야 했다.(나는 이 단계가 제일 어렵다.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리고 프로젝트의 방향과 가이드라인을 의논하고, 결과물을 주고받으면 피드백을 했다. 이 모든 걸 이별의 스트레스를 짊어지고 해낸 일이다.


비행기는 왜 앉기만 하면 잠이 올까. 곧 도착한다는 친절하지만 단호한 기장님의 말투에 잠에서 깼다. 창밖을 내다보니 지평선 보이는 제주도 주민들의 터전이 보인다. 제멋대로 그어놓은 곡선 투성이의 밭들 사이로 도로는 직선으로 주욱 가로지른다. 효율성이 주는 단절감, 윗마을과 아랫마을의 교류는 도로가 들어선 뒤로 흐릿해졌을 것이다. 도로를 건너가는 건 뒤안길 따라 이 집 저 집 방문하는 것보다 어려울 테니까. 내 마음도 쉴 틈 없이 달려오는 사이 어딘가 경계선이 죽 그어진 듯 단절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아마 나는 끊어진 선을 다시 잇기 위해 제주도에 왔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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